면접, 프레젠테이션, 강의
당신은 지금 무대에 홀로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청중은 강력한 메시지를 원하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심장이 벌컥대며 쿵쾅 이는 게 느껴진다. 서늘하게 수축된 근육이 온몸을 쪼그라들게 하고 현기증을 일으킨다.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발표를 시작했지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둥둥 떠올라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내려왔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대학교 면접 특강 강의를 다니다 보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예상외로 ‘발표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이다. 면접관들이 자신을 쳐다보며 평가를 받는 상황이 너무 두려워서 제대로 실력 발휘가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면접, 회의, 설명회, 교육을 통해 남 앞에 서야 하는 경우를 자주 마주하지만 많은 이들이 발표를 두려워하고 심지어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나는 쌓여 온 강의 경험만큼 떨림이 많이 줄었기에 발표불안을 상당히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예전의 나는 발표불안 때문에 강사의 길을 포기해야 하나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발표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발표를 실패했던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이후에 나서야 할 자리가 생겨도 슬쩍 뒤로 물러나거나 피하게 된다. 어릴 적 '발표력이 부족하니 가정에서 책 읽는 연습을 많이 시켜주세요.'라고 담임 선생님께서 통지표에 써주실 만큼 조용한 아이였다. 그런 내가 강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남 앞에 서는 두려움'이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였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물러설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릴 때의 각오처럼 목숨에 위협이 오더라도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했다. 진정한 용기란 어쩌면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닌 발표를 못하는 못난 내 모습을 인정하고 남 앞에 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단히 큰 용기를 내어 발표에 도전하는 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아찔하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심장의 떨림을 잡을 수 없듯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발표도 마찬가지이다. 떨림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테니스 선수들은 서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작의 루틴을 만든다. 공을 몇 번 튀기고 서브 방향을 주시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런 동작을 습관화하면 스코어에 쫓기고 있는 상황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강의 전에 떨릴 것을 예상하고 나만의 루틴을 만든다. 우선 조금 일찍 강의장에 도착해 떨고 있는 몸을 데우기 위해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 그런 후 긴장한 채 발표가 바로 시작되면 더 떨릴 것이니 가능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청중과 인사를 나누며 굳은 몸과 목을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항상 좋아하는 빨간색 프리젠터를 들고 오늘도 잘 부탁해 라며 주문도 걸어 본다. 이런 의식(?)을 치르고 나면 왠지 강의가 잘 될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안정된다.
우리가 롤러코스터를 즐겨 타는 이유는 초록색 안전망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안전망을 보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처럼, 발표를 사망시키지(?) 않을 안전망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안전망을 만드는 방법은 그물을 한 올 한 올 엮듯이 반복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다.
나는 강의 연습 1번을 안전망 그물 한 줄 엮는다 생각하고 100번 이상 연습해 본 적이 있다. 확실히 연습을 많이 하면 불안감이 줄어들고 여유가 생겨 돌발상황을 대처하기가 편해진다. 실제로 사회 공포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인지행동치료에서 반복적 노출법은 두려움을 둔감화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습량과 불안의 반비례 관계를 한번 증명해보자!
세바시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무대에 올라 자신의 삶을 풀어낸다. ‘내가 저런 무대에 서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떨려서 도저히 못할 것만 같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저런 무대에 서 봤으면 하는 마음도 살짝 든다.
요즘도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기소개를 한다던지, 평가를 받는 상황이 닥치면 발표불안이 올라온다. 이것은 어쩌면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발표불안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더라도
누구나 잘 해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떨림이 온다는 것을
누구나 준비와 연습을 통해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