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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Apr 28. 2023

세금에서 패한 나폴레옹

혁명정부는 고질적인 세금 문제를 개혁하려 했으나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프랑스는 국가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 손에 넘어갔다. 정부는 돈이 없었고 상식이 부족했다. 파리 세관은 불타고 조세농부는 단두대에서 처형됐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았으나 조세 전문가는 하나도 없었다. 


세금에 대한 불만으로 혁명이 일어났다면 혁명정부는 조세를 개혁하여야 한다. 개혁을 이루어 혁명을 합리화하여야 한다. 하지만 혁명정부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아무도 새 정부에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파산한 국가를 인수한 혁명정부는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밖에 없었다. 혁명정부는 어쩔 수 없이 혁명의 원인인 세금 문제는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두리뭉실한 주제에 묻어두고 자유, 평등, 박애의 혁명 정신을 강조했다.


혁명정부는 대신 세금의 이름만 바꾸었다. 사람들이 싫어하던 세금을 ‘공공기여’라는 말로 바뀌었다. 개혁 없이 말을 바꾸어 사람들을 현혹한 것이다. 국민의회는 혁명의 원인인 소금세를 맹렬하게 비난했으나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고 적절한 다른 세금을 찾아낼 때까지 소금세를 납 부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자발적인 성격의 소금세가 무시되자 의회는 모든 시민에게 소득의 1/4을 기부하도록 요청했다. 새롭게 도입된 토지세 또한 국민들로부터 무시됐다. 국민의회는 마지막으로 영국 헨리 8세처럼 교회 재산을 압수하고 이를 담보로 종이 돈을 발행했다. 프랑스혁명은 비틀거리는 금융시장을 더욱 황폐화시켰다. 1797년 나폴레옹은 국가부채 2/3의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는 국가신용 등급을 무한정 떨어뜨려 국채 이자가 30%가 넘도록 상승했다. 국가부도를 선언할 정도로 돈이 없던 나폴레옹은 어떻게 전쟁에서 승승장구했을까?

***

프랑스혁명에서 등장한 나폴레옹은 전쟁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나폴레옹은 군의 전술과 전략은 물론이고 훈련, 조직, 군수 분야에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다른 유럽국가들은 당시 최강이던 프랑스 육군을 모방했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폴레옹은 유럽 대륙을 통합하지 못했다. 불가능이 없다던 그의 꿈은 워털루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폴레옹은 세금을 혐오하는 시민에게서 가장 큰 제약을 받았다. 그가 백마를 타고 파리를 순시할 때 시민들은 도열하여 ‘황제폐하 만세’와 ‘조세 폐지’를 동시에 외쳤다. 나폴레옹에게 가장 큰 위협은 영국과 러시아가 아니라 세금을 내고 싶지 않은 프랑스 시민이었다. 프랑스 농부들 은 세금을 폐지하기 위해 혁명에서 싸우는 것으로 믿었다. 세금은 나폴레옹의 취약점이었다. 그는 유럽의 모든 군대를 격파했으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프랑스 농부의 신념을 이길 수 없었다.


나폴레옹은 60만이 넘는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다. 혁명정부는 조세 개혁으로 재정수입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그는 혁명 이전 방식인 약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우선 ‘혁명의 적’이라고 생각되는 귀족의 재산을 몰수하고 판매했다. 군대는 현지에서 필요한 물자를 약탈했다. 혁명군의 주둔 비용은 피정복국에서 부담해야 했다. 나폴레옹은 점령한 국가의 재산, 군수물자, 박물관, 재정수입을 몰수하고 전쟁배상금을 부과했다. 피정복 국가의 젊은이에게 병역의무까지 부과했다. 따라서 러시아 원정군 대부분은 프랑스인이 아니었다.


전쟁이 길어지자 모든 것을 약탈하는 프랑스군은 증오의 대상이었고 반발은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했다. 벨기에, 이탈리아, 프로이센 등 피정복 국가는 재정수입의 50%를 프랑스에 조공으로 바쳐야 했다. 나폴레옹은 이를 통해 전쟁비용을 조달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사익까지 챙겼다.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에 맞선 국가는 영국을 제외하면 프랑스에 조공을 바치던 네덜란드, 벨기에, 프로이센이었다. 영국은 프랑스를 증오하고 싸울 기회를 노리는 이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여 승리를 가져왔다. 나폴레옹은 많은 적을 가지고 있어 한번 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려웠다. 나폴레옹은 빈약한 재정 수입을 다른 국가에서 약탈했기 때문에 스스로 적을 만들고 스스로 몰락했다.

***

영국은 인구와 군사력 면에서 나폴레옹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영국은 프랑스혁명의 확산을 두려워했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막으려 했다. 영국은 프랑스와 정면승부 대신 돈으로 동맹을 사서 프랑스와 싸우게 하거나 우회적인 게릴라 전술을 택했다. 재정의 힘으로 프랑스에 맞서 싸운 것이다. 전쟁 중 영국은 동맹에 총 65백만 파운드를 지원했으며 프로이센은 매년 67만 파운드를 지원받았다. 트래펄가로 해전의 승리에도 영국은 프랑스 육군을 이길 수 없었다. 대신 영국은 러시아 및 오스트리아에 병력 10만 명당 1.7백만 파운드를 별도로 지원했다. 엄청난 비용이었지만 영국은 재정적으로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었다.


영국은 약탈적 조세 징수를 제한하는 대헌장과 명예혁명 때문에 어느 정도 공정한 조세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의 조세 제도는 현명한 정치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세금에 대한 반란과 타협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국가 재정에 기여했으며 특정인이 억압받는 일이 없었다. 비록 낮은 액수이나 토지소유주는 토지세를 납부했다. 상인들은 밀수와 탈세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관세와 물품세를 납부했다. 집을 소유한 사람은 창문세를 납부했고 가난한 사람은 면제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영국은 부자에게 조세감면 혜택이 적거나 없는 편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영국 피트(Pitt) 수상은 세율 1~10%의 전시 소득세를 도입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낮은 세율이지만 소득세는 나폴레옹을 물리친 세금이라 불린다. 새로운 소득세 및 재산세는 1천5백만 파운드의 재정수입을 가져왔고 관세 및 물품세 수입은 4천5백만 파운드로 늘어났다. 1793년에서 1815년 사이 영국은 12억 파운드의 세수를 확보했고 4억 파운드를 차입하여 전비로 사용했다. 이는 다른 주변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영국의 인구는 프랑스의 절반이었고 국가부채는 3배 증가했지만 영국은 나폴레옹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영국은 조세의 힘으로 승리했다.

***

전투에서 한 번 패한다고 망하는 국가는 없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다시 군대를 모아 싸우거나 협상을 통해 재기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심도 돈도 없었던 나폴레옹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혁명 정신으로 싸우던 프랑스 군의 전투력 한계는 분명했다. 영국의 재정지원을 받은 연합국에 비해 장비와 보급도 형편없었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나폴레옹은 “새로운 영광과 승리가 없으면 나의 권력은 패망한다. 정복이 나를 만들었고 정복이 이 자리를 유지하게 만든다.”라고 했고 자신의 말처럼 워털루에서 패하면서 스스로 몰락했다.


프랑스혁명은 윌리엄 섬너(William Sumner)의 말처럼 “전쟁과 혁명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직 과거의 악과 새로운 악을 혼합한 어떤 것을 만들어 냈다.”


참고로 이 내용은 "세금은 공정하다는 착각"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문헌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he Devil’s Tax System, page 221-228

Taxing the Rich (Kenneth Scheve & David Stasavage, Princeton University, 2016), Treating Citizens as Equals, page 38,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Many Revolts –One revolution, page 229-237,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he Ancient Regime, page 218, The Tax that Beat Napoleon, page 349-351, 

Fight Flight Fraud (Charles Adams, Euro-Dutch Publishers,1982), The Devil’s tax system, page 166-174, Many Revolts-one Revolution 175-181, The tax that beat Napoleon, page 237-239 / Those Dirty Rotten Taxes (Charles Adams, Simon & Schuster 1998), On the Horns of a Dilemma, page 49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Paul Kennedy, Frist Vintage Edition 1989), The Winning of Wars, page 127-133, Geopolitics, page 98, The Financial Revolution, page 76-80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Parliament Searches for a Better Tax, page 266-268, Was it Taxes, rather than Slavery, that caused the Civil War? Page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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