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히틀러는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히틀러는 집권할 즈음 발간한 《나의 투쟁 Mein Kampf》 판매에서 엄청난 소득이 있었으나 세금 40만 마르크를 체납하고 있었다. 이는 근로자 연봉의 100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집권 후 그는 권력을 이용하여 1934년부터 세금을 면제받는 특권을 누렸다. 뮌헨 세무서장인 루드윅 미어(Ludwig Mirre)는 히틀러에게 서신을 보내 1933년 이전 체납된 세금을 면제하는 것을 승인해 달라 요청했다. 히틀러는 이를 기쁘게 승낙했고, 한 달 후 미어는 독일 국세청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욕 주지사 시절 연봉이 25,000달러였으나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그는 주지사로 근무하면서 뉴욕과 조지아 주에 있는 농장을 운영했다고 손실을 공제했다. 주 지사 시절 그는 주정부 예산을 삭감하고 세율을 인상했다.
진주만 기습 이후 의회 연설에서 그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든 초과 이익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세금을 납부한 후 25,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지면 안 된다.”라고 했다.
루스벨트는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한 위선자였다. 전직 재무장관인 멜론에 대한 세무 조사와 같이 그는 다른 사람을 탈세로 엄벌하면서 자신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소문으로 떠돌던 루스벨트의 탈세는 추후 대통령 기록물이 공개되면서 확인됐다.
***
닉슨 대통령은 탈세로 1974년 4월 타임지 표지 인물이 됐다. 그는 1970~1971년에 13만 달러의 연방소득세를 공제받아 납부한 세금이 1,670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워터게이트사건 조사관은 닉슨 대통령의 세금 공제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기록물을 소급하여 국가에 넘기고 세금을 공제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알게 된 미의회는 닉슨 대통령에게 40만 달러의 세금을 추가 납부하도록 했다.
레이건은 1976년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다. 경선 상대인 포드(Gerald Ford)는 1975년 94,000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공개하고 레이건에게 납세 내역을 공개하도록 압박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의 세금 공개 전통은 이때 시작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레이건의 소득은 1970년 73,000달러였으나 주 소득세는 한 푼도 납부하지 않고 연방 소득세만 몇 백 달러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레이건은 사업이 어려워 납부하지 못했다고 해 명했으나 레이건이 소유한 목장 두 곳이 탈세 도구로 사용됐다. 이 정보는 국세청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레이건은 경선에서 탈락했고 1976년 대선에서는 카터가 포드를 이기고 당선됐다. 레이건은 불성실 납세 때문에 대통령의 꿈을 4년 더 미루어야 했다.
카터 대통령도 땅콩 농장에 대한 투자 공제로 1976년 11,675달러로 예상되는 소득세를 0원으로 만들었다. 문제가 커지자 카터는 연방정부에 6,000달러를 기증하면서 현행 세법은 잘못됐고 자신과 같은 고소득자는 일정한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고 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공제받은 금액을 자발적으로 소급하여 납부했다.
***
특권을 이용한 조세 회피는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세리는 면세 특권을 누렸다. 중세 유럽에서는 군인, 사제, 귀족이 면세됐다. 프랑스에서는 매관매직의 대상으로 면세되는 판사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판사는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명예로운 직업이었다. 프랑스 왕은 이를 이용하여 판사에게 파울렛(Paulette)이라는 돈을 매년 납부하도록 하고 판사 직의 승계를 허용했다. 판사들은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왕에게 유리한 판결을 했다. 왕에게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는 재무부장관이 파울렛을 취소하여 자격을 박탈했다. 이는 17세기 전형적인 매관매직 제도였으며 특권층의 지배를 강화했다.
미국 판사도 세금 앞에서 탈세 본능을 드러냈다. 미국 대법원은 1863년 재무부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헌법은 판사의 급료를 삭감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소득세법으로 판사가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법은 판사 급료를 삭감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 했다. 대법원장은 소득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해당사자인 판사가 이를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 서한은 재무장관에게 소득세 부과를 중지하라는 공개 압력이었다. 재무장관이 정부 급여를 받는 모든 사람에게 소득세를 징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협의 끝에 재무장관은 1869년 법무장관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무장관은 판사와 대통령에 대한 과세는 위헌이라 해석했고 판사와 대통령의 면세 특권은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재무장관은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기 어려웠으므로 법무장관에게 등을 긁어 달라 요청한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국세청이나 재무장관이 아닌 법무장관이 세금에 대하여 유권 해석한 유일한 사례이다.
미국 판사들은 1913년 헌법과 소득세법이 개정됐을 때에도 헌법이 판사의 소득에 과세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대통령, 판사, 공무원의 소득을 과세하도록 했다. 이를 해석하는 법안 소위보고서는 1918년 이전 소득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하여 이후의 소득이 납세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판사들은 이 법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판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통령의 소득세도 같은 이유로 함께 면제됐다.
미국 대법원은 형평성 요구와 법 학자들의 비판이 고조된 1939년에서야 대통령과 판사도 소득세 납부 대상임을 결국 인정했다. 그리고 1939년 새로운 입법으로 모든 공무원이 소득세를 납부하게 됐다. 하지만 미국 판사들은 지금까지 세금 문제를 다투고 있다. 의회는 1983년 판사에게 사회보장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2001년 판례에서 이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서 일부 대법관은 소득세도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할리우드는 초기에 소득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이 1928년 세무조사에서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탈세 약 1백만 달러와 배우 200여 명의 탈세를 적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후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할리우드의 상상력은 필름 제작뿐 아니라 회계 부서에서 만개했다. 현재 할리우드의 회계 부서는 가장 큰 상상력을 발휘하는 창조적인 부서이다. 1996년 공인회계사지는 ‘할리우드 이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게재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억 달러의 수입을 얻었으나 이윤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탈세와 국적 포기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롤링 스톤은 네덜란드에 신탁회사를 차리고 로열티를 수령함으로써 스스로 조세 난민이 됐다. 그는 1986년부터 20년간 소득 2억 4천만 파운드의 1.6%인 4백만 파운드만 세금으로 납부했다. 연예 기획사와 스타들의 창조적인 납세 회피는 지 금도 계속되고 있다.
***
세법을 만드는 사람은 벌집처럼 여기저기 구멍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납세자도 벌집 같은 구멍을 좋아한다. 특권은 권력을 가질수록 커진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이러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은 1억 5 천만 원에 상당하는 보수의 30%를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지급받는데 이는 비과세 대상이다. 과세표준이 낮아지면서 건강보험료도 30% 덜 내게 된다. 이러한 특권을 두고 여야가 다투는 경우는 없다.
***
슬로바키아는 국회의원이 일반인보다 5% 더 높은 소득세를 낸다. 이 세금은 지도층과 서민의 유대(Solidarity)를 강화하기 위해서 부과된다. 지도층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지도자들이 납세자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세금을 조심스럽게 걷고 아껴서 쓰라는 의미이다. 공평성과 과세형평을 주장하는 우리나라 의원들은 서민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어느 누가 형법에 의한 처벌에서 면제된다면 이는 법 앞에서 평등을 파괴하는 충격적인 일이다. 형법과 달리 세법은 다양한 조세 면제를 허용함으로써 법 앞에 불평등을 강화한다. 중세에는 돈으로 세금이 면제되는 귀족의 지위를 살 수 있었고 성직자 등이 면세됐다. 헌법은 법 앞에서 평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종교, 경제 등 이익단체들은 정부에 조세 특혜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낸다. 국회가 아닌 정부도 조세 면제의 특권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조세 면제는 법 앞에 평등을 위해 엄격히 제한되어 야 한다.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 책에서 세금만사가 가져왔습니다.
참고 문헌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Tax Planning Under the New Deal, page 326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Watergate, page 236-243,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he Artful Dodger: Evasion and Avoidance, page 395-405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Reagan’s 1976 Presidential Bid, page 327-329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To pay or Not to pay, page 304- 308,
The Great Tax Wars (Steven R. Weisman, Simson & Schuster 2004), Here at last was fruition, page 276, page 281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Tinseltown, page 329-330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Flat Broke, page 11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