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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May 22. 2023

만병통치약 세금!

18세기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각국에서 신문 발행이 증가했다. 영국 왕은 노동자를 구독자로 하는 신문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비판적인 사상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왕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기 위해 인지세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신문에 인지세를 부과하여 가격을 높이면 가난한 사람들이 신문을 구독하기 힘들어진다. 인지세는 일종의 ‘지식에 대한 세금’이었다.


영국 왕은 언론을 직접 통제할 수는 없었지만 인지세를 통해 비판적인 언론을 침묵시킬 수 있었다. 다수의 노동자 신문은 인지세를 견디지 못하고 폐간했다. 상류층이 구독하는 신문에도 인지세가 부과됐으나 이들 신문은 살아남았다. 귀족들은 높은 가격에도 신문을 구입할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지세는 신문 면당 부과됐기 때문에 절세를 위해 이후 신문 지면이 넓어졌고 넓어진 신문 지면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신문 지면이 넓은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영국과 달리 프랑스 언론은 순종적이었다. 프랑스 언론은 루이 13세 시절 르노드(Theophraste Renaudot)에 의해 시작됐다. 르노드는 왕으로부터 전국적인 신문 허가를 받아 가제트(Gazette)라는 신문을 만들었다. 가제트는 북한도 부러워할 정도로 왕의 편이 되어주었다. 가제트는 루이 13세의 건강 악화, 패전, 조세 폭동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가제트는 영국에서의 폭동, 전쟁 패배 등을 성실하게 보도했고 왕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만 알리었다.


미국 태프트 대통령은 관세 문제로 언론과 갈등을 일으켰다. 당시 언론사는 캐나다에서 신문 용지를 수입하고 있었다. 테프트가 신문 용지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한 것은 언론에 큰 타격이었다. 언론은 태프트를 노 동자의 적으로 몰아 싸움을 걸었다. 태프트 대통령은 한술 더 떠 1909년 신문에 부과하는 우편료를 올리는 것을 제안했다. 언론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테프트는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


과거 세금의 용도는 언론을 통제하는 데에 한정하지 않았다. 세금은 정부가 꺼내기 쉬운 만병통치약이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체납된 세금을 징수하는 특별징수관으로 정적을 임명하기도 했다. 정적은 통제가 어려운 지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반란으로 자연스럽게 제거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1850년 외국인 광부등록세를 만들고 세금을 징수했다. 이는 중국과 남미에서 넘어오는 노동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세금이었다. 외국인에게 세금을 징수하면 경쟁이 제거되어 백인 광부가 혜택을 볼 수 있고 재정 수입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법은 외국인 광부에게 매월 20달러씩의 세금을 부과했다. 20달러는 납부가 불가능한 금액으로 탈세가 만연했다. 


세수는 이 금액을 매월 3~8달러로 낮추자 급증했다. 주 정부는 세율을 낮추면서 강제 집행 비용도 적게 들고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 주 정부는 외국인 광부가 매월 20달러를 내도록 한 1850년에 34,150달러의 광부등록세를 징수했으나 세금을 4달러로 인하한 1856년에는 185,759달러를 징수했다. 1818년 미국은 어린이를 고용하는 사람을 과세하는 법도 만들었다. 아동 노동을 금지하기 위함이었다. 미국 남부에서는 인두세를 납부한 사람에 한하여 투표할 수 있도록 하여 흑인이 투표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여종업원 상의를 노출시킨 업소, 경마장과 같은 업종을 중과세하면 해당 사업은 위축된다. 미국은 한때 마리화나 흡연을 근절하기 위해 마리화나에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1756년 사우스캐롤리나 주는 특정계층을 겨냥한 인두세를 도입하였다. 주의회는 백인이 아닌 자유로운 흑인과 혼혈에 인두세를 부과했다. 세금 금액은 노예에 부과되는 세금과 동일하였지만 재산이 없는 이들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 세금은 조세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당시 백인 이외 자유인은 천명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로운 흑인과 혼혈을 괴롭히기 위한 더러운 세금이었다. 이 세금을 내지 못하면 흑인의 자유를 빼앗고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음모가 숨어 있었다.  


죄악세(Sin tax)는 조세로 사회 현상을 개선하고자 부과한다. 이는 조세 중립의 원칙에 반한다. 권장되지 않는 행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러한 세금을 지지했다. 그는 설탕, 럼주, 담배와 같은 물건은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하기 좋은 물건이라고 했다. 이들 물품에 대한 과세는 건강하지 않은 소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했다.


담뱃세는 죄악세의 성공 사례이다. 많은 국가들은 담배의 광고제한, 높은 과세 그리고 공익 교육을 통해 흡연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담배 1갑의 판매가격은 20센트였고 미국인 40%가 흡연했다. 담뱃세가 급증한 이후 미국에서 담배 한 갑의 가격은 20배 이상 올랐고 현재 미국에서 흡연 인구의 비율은 16%이다. 많은 국가는 건강에 나쁘다고 생각되는 상품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독일은 ‘사과주스 법’을 만들어 술집에서 비알콜 음료를 가장 싼 주류 가격보다 낮게 팔도록 하고 있다. 주류 판매를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캐나다는 술집에서 공짜 술로 호객행위 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알코올의 최소 가격을 정하고 있다.


비만이 문제가 되면서 최근에는 설탕이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 멕시코는 2014년부터 비만세를 도입하여 일반 코카콜라가 다이어트 콜라보다 25% 더 비싸다. 이는 비만과 깨끗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비만세는 설탕이 포함된 모든 음료와 고칼로리의 감미료에 부과하고 있다. 개혁 입안자는 새로운 세금을 통해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하고 모든 학교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이 입법은 기득권의 로비에 부딪혔다. 코카콜라 등 음료 회사는 매출 감소를 우려하여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쳤다. 그들은 수십억 페소를 로비 비용으로 지불했다. 일부 TV 채널은 광고주인 코카콜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공익 방송을 거부했다. 기득권을 침해하는 개혁이 어려운 이유이다. 


어렵게 방송된 공익광고의 효력은 막강했다. 광고는 어린 소녀가 12스푼의 설탕을 앞에 두고 믿기 어렵다는 말투로 “이걸 먹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물으면서 시작한다. 그 소녀가 청량음료 뚜껑을 열었을 때 강력한 메시지가 나왔다. 우리는 청량음료 한 캔을 마실 때마다 12스푼의 설탕을 소비합니다. 법안은 공익 광고의 힘으로 통과됐고 멕시코는 2014년부터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멕시코 사례는 기득권을 침해하는 입법은 어렵다는 것과 언론 또한 진실보다 돈벌이를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세금은 전가의 보도처럼 모든 공공정책에 활용된다. 세금은 재정수입 확보, 소득 재분배, 저축 장려, 경제성장 촉진, 소비 억제, 투자 유도, 사회적 가치 실현 등 정부정책을 장려하거나 반사회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술·담배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세금은 국가가 너무 쉽게 꺼내 드는 만병통치약이다.


정치인은 세금을 높일 때에도 그리고 세금을 낮출 때에도 한 목소리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조세 정책은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 세금을 높이면 정부 부채가 줄어 민간에서 사용할 자금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세금을 낮추면 감세로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한다. 법, 특히 세법의 개정 이유와 전문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미국에서 세금을 낮추면 경제를 성장시켜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고용과 세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수십 년 동안 있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이 말하듯이 세율을 낮출 때 실제 고용이 창출되거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의심스러운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세율이 높았을 때였다.


남미는 시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하지 않은 사람에게 세금으로 불이익을 준다. 이 제도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페루 및 우루과이에서 채택됐다. 이들 나라는 투표하면 투표증명서를 발행하고 납세자는 납세 신고할 때 이 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미 국도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와 유사한 제도를 검토했으나 도입하지 않았다. 


일본과 한국은 한때 높은 저축률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놀라게 했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민족성 내지 문화적 이유가 아니다. 전쟁 전 일본의 저축률은 미국과 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높은 저축은 이자에 대한 조세 특혜로 설명될 수 있다. 무엇이든 장려하면 더 많이 얻게 된다. 국가가 저축을 장려하고 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을 면세하면 높은 저축률이 나온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자 소득에 세금을 면제하면 높은 저축성향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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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집값 안정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징벌적 조세제도에서 볼 수 있다. 정부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세금으로 투기와 다주택자를 압박했지만 오히려 집값은 오르고 매물은 줄어들었다. 정부는 주거안정이라는 기대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세금 폭탄이라는 비판과 함께 민심만 잃었다. 선량한 의도로 만든 정책이 더 많은 문제를 가져온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산층의 주택 보급을 장려하여 1가구 1주택 특혜는 건드리기 어려운 성역이 됐다. 모든 세금은 개인을 기준으로 부과되지만 그 예외가 1가구 1주택이다. 하지만 이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 1가구 1주택은 모든 가구 구성원이 같은 집에서 살던 산업사회 시대 개념이다. 현재 1가구라도 맞벌이, 지방 발령, 자녀 학업 등으로 온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다. 지방 거주 편의를 위해 오피스텔이라도 구입하면 이는 재앙이 된다.


사람들은 1가구 1주택의 엄청난 혜택을 누리기 위해 많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세금 때문에 형식적 분가와 이혼이 이루어진다. 1가구 1주택 여부에 따라 세금 차이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머리를 굴리고 심하게 불편해지는 것은 좋은 세제가 아니다. 세무사도 양도소득세가 너무 복잡하여 포기할 정도라면 이는 모든 국민을 세금으로 괴롭히는 나쁜 제도이다. 주택 관련 부동산 세제는 형평성과 현대적 주거 형태에 맞추어 근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서민을 위해 임대차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은 주거안정에 좋을 수 있으나 부작용을 고려하지 못했다. 문제는 다주택자만이 임대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주택자라도 지방 발령, 해외 근무로 자기 집을 단기 임대할 수 있으나 법정 임대차 기간으로 집주인은 이제 자기 집을 빈집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주소만 이전하는 빈집 또한 늘어나고 있다. 잘못된 정책으로 집이 흐르지 않는 것이다. 집주인이 빈집으로 방치하거나 세대를 분리하는 물량이 늘면서 일반 세입자는 집을 구하기 더 어렵게 된다. 이는 다시 임대료와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물론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통화 증발에 의한 저금리와 공급부족이지만 이를 막기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세제가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어버렸다. 집값 폭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제6장 인플레이션의 마법에서 볼 수 있다.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양도소득세를 강화한 것 또한 잘못된 실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정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하기보다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계속했다.


차라리 보유 부동산 총액에 매겨지는 세금을 더 강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토지에 대한 재산세는 재정수입의 17%를 차지하며 대다수 도시의 주요 수입원이다. 재산세는 각 주마다 다르나 재 산 가격의 0.5%~1.5% 정도를 부과한다. 이는 재산의 소유자가 재산에서 5%의 수익을 얻는다고 가정하고 재산을 통한 소득에 10~3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 거래를 옥죄는 복잡한 양도소득세, 취득세보다 보유 부동산의 총액에 대한 보유세가 오히려 단순하고 공평하다.


‘OECD 주요국의 부동산 가격 및 보유세 추이’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7%로 가장 높은 국가인 캐나다 0.87%의 1/5 수준이다. 영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8%, 일본과 프랑스는 0.5% 내외이다. 만약 보유 부동산 총액에 재산세가 매년 1%씩 부과된다면 사람들은 불필요한 부동산을 모두 처분할 것이다. 보유세를 높이면 임차 소득에 대해 별도로 과세할 필요가 없게 되며 징벌적 양도소득세도 필요 없게 된다. 이는 부동산 거래를 촉진할 수 있었다. 반대로 보유세가 너무 높아지면 러시아의 경험처럼 사람들이 집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여 전체적인 복지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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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불과 같다. 잘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잘 못 사용하면 모든 것을 태울 수 있다. 부동산 세금 폭탄에서 보듯이 잘못된 세금은 오히려 반대의 효과가 날 수 있다. 세금은 종교까지 바꾼다. 정적을 제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탈세와 이성 편력의 정보를 흘리는 것이다. 세금을 부과할 힘은 파괴할 힘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무엇을 장려하고, 무엇을 억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덕성과 정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비용과 효과도 생각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 문헌

Masters of the Word (William J. Bernstein, Grove Press 2013), The Captive Press, page 182-188, 

The Great Tax Wars (Steven R. Weisman, Simson & Schuster 2004), The Congress shall have power, page 235,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he Tax that Beat Napoleon, page 353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he Middle Ages, page 129

The Great Tax Wars (Steven R. Weisman, Simson & Schuster 2004), The Dawn of a Day of Righteousness, page 338,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California’s Racist Gold Rush page 122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Taxes: what are they good for? page 37-39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The Single Tax, The Fat Tax, The Tiny Tax, The Carbon Tax – and No Tax at All, page 177-180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Taxes: what are they good for? page 36, page 42-43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he Miracle Economies, page 424

Taxing the Rich (Kenneth Scheve & David Stasavage, Princeton University, 2016), Taxing Inheritance, page 98

American Taxation American Slavery (Robin L. Einhorn, The University of Chicago 2006) Variations 98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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