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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Jun 07. 2023

날강도 창문세

경제학자들은 황당한 세금으로 유럽의 난로세(Hearth Tax)와 창문세(Window Tax)를 자주 꼽는다. 이 세금은 과거에 이런 기이한 세금이 있었다는 정도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재정수입이 궁한 왕의 절박한 창조물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토지 등에 대한 세금은 이미 잘 정립되어 있었다. 오랜 투쟁의 결과 세금을 올리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방어를 위한 전쟁이 아니면 의회의 동의는 불가능에 가까웠고 왕은 새로운 방식으로 세금을 걷을 필요가 있었다. 


왕은 고민 끝에 난로세를 만들었다. 난로세는 가정에서 난로의 숫자만 세면 되기 때문에 수확량을 정하거나 가격을 평가하는 골치 아픈 문제가 없었다. 부자일수록 집이 크고 난로가 많았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도 없었다. 귀족들은 토지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아 난로세는 부자 과세로 좋은 세금이었다.


난로세의 유일한 단점은 세리들이 가정을 방문하여 방마다 난로의 개수를 확인하고 세어야 하는 것이었다. 세리는 집주인과 사생활 침해 문제로 충돌했다. 난로세의 금액이 높아지자 이를 피하기 위해 난로를 없애고 춥게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좋은 조세 제도는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모방하여 전파가 빠르다. 영국에서 난로세는 차알스 2세가 유럽에서 유행하던 것을 1622년 도입했고, 집값이 20실링(5,000 달러 상당의 가격) 이상인 가구는 난로 1개당 1실링을 연 2회 납부해야 했다. 프랑스는 난로세를 조세농부에게 위탁하여 징수했다. 시민은 이들을 굴뚝 맨이라 불렀다. 프랑스 주부들은 굴뚝 맨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온몸으로 막거나 난로를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난로세는 영국의 명예혁명과 함께 폐지됐다. 새로운 국왕 윌리엄과 메리는 ‘낯선 사람이 마음대로 집안에 들어와서 수색하게 하는 것은 노예의 증표’라고 하면서 난로세를 폐지했다. 이는 새롭게 집권한 왕이 민심을 얻고자 한 조치이다. 


대신 영국은 인두세(Poll Tax)를 도입했다. 인두세는 신분에 따라 부과됐다. 지방 지주는 매년 10파운드 그리고 공작은 100파운드 이상을 납부해야 했다. 보통 사람은 소득의 5%를 납부해야 했다. 일종의 소득세이던 인두세는 시민들의 저항과 집행의 어려움 때문에 폐지됐다. 왕은 이 세금을 폐지하면서 영국에 맞지 않는 세금이라 했다.


돈이 필요한 왕은 1696년 혁신적인 세금을 다시 생각해 냈다. 창문세이다. 창문세는 창문 7개 이상의 저택에 창문당 1실링이 부과됐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면제됐다. 창문은 밖에서 쉽게 셀 수 있기 때문에 세리가 집안을 수색하는 기분 나쁜 일은 사라졌다. 이 세금은 지금으로 보면 행정혁신 대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집행하기 쉬운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창문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왕은 이를 일시적인 세금이라고 했지만 이 세금은 폐지되지 않았다. 모든 세금이 그러하듯이 창문세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창문을 검사하는 기간에 창문을 일시 폐쇄하거나, 침실 등에 창문을 아예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주택에서 창문이 사라지자 국가는 창문에 부과하는 세금 액수를 높여 재정수입을 늘렸다.


폐쇄된 공간에서 살게 된 사람들의 건강은 나빠졌다. 발진티푸스, 천연두, 콜레라 같은 질병 피해가 더 심각해졌다. 창문세는 공기와 햇살에 대한 세금이라고 경멸받았고 수많은 청원과 논의가 있었다. 창문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날강도(Daylight Robbery, 햇살 도둑)라 표현했고 이 세금은 1851년 마침내 폐지됐다.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책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참고 문헌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Window Tax page 129-130,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Parliament Searches for a Better Tax, page 258-259, 

Fight Flight Fraud (Charles Adams, Euro-Dutch Publishers,1982), The Search for Just tax, page 196-197, 

Daylight Robbery (Dominic Frisby, Penguin Random House UK 2019), Daylight Robbery, page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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