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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Jul 03. 2023

자발적으로 내는 세금

학술적으로 마약은 술, 담배,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 그리고 대마, 코카인, 아편, 모르핀,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같은 유사합성물질을 모두 포함한다. 모든 향정신성 물질은 합법 또는 불법 여부, 효력이 약하거나 강한지 여부, 의료용으로 사용 여부를 불문하고 물품의 성질에 따라 마약이라 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악한 물질은 없지만 남용될 수 있는 것이 마약이다. 마약은 상품으로 인기가 높아 세금을 부과하기 좋은 물건이다. 마약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소비하면서 세금을 내는 희귀한 품목이다. 여기서 마약이라 함은 술, 담배, 커피를 포함한 가장 넓은 의미의 마약을 말한다.


유럽 제국은 마약으로 식민지 노동자를 착취하고 원주민을 통제했다. 스페인은 포토시(Potosi) 은광 노동자에게 코카인을 제공하여 고산지대의 춥고 배고픈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코카인은 노동자의 음식 섭취를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에 스페인 광산에서는 코카인을 보수의 일부로 지급했다. 


캘리포니아 금광에서 아편은 중국인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고 이들을 부채에 빠지도록 했다. 인디언들은 알코올 때문에 자기 가족과 이웃 부족을 노예로 팔았으며 자신의 영토를 백인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


포도는 아르메니아 산악 지방에서 기원전 6000~4000년경에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포도주는 성경에서 160회 이상 언급된다. 포도주는 예수 희생의 상징이며 귀족이 선호하는 음료였다. 고급 술인 포도주는 세금 부과의 표적이 됐다. 포도주는 세금이 5단계나 부과됐다. 포도 농장에 대한 과세, 포도 수확에 대한 과세, 양조장에 대한 과세, 포도주 생산에 대한 과세, 포도주 소비에 대한 과세였다. 


돈이 없는 사람은 맥주와 사과술(Cider)을 마셨다. 과거 유럽에서 귀족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물은 마시지 않았다. 식수 오염을 의심하여 누가 어디서 어떻게 물을 가져왔는지를 알지 못하면 아무 물이나 마시지 않았다. 와인과 맥주는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한 음료였다. 서양에서는 와인과 맥주를 물에 희석하여 식수로 사용했다. 반면 동양에서는 물을 끓여 차를 마셨다. 


증류주를 만드는 기술은 그리스 로마시대에 시작됐다. 이 기술은 아랍에서 발전되어 11세기 유럽으로 다시 전파됐다. 15세기 용량이 커진 청동 증류기는 증류주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17세기에는 전 유럽에서 순도 높은 알코올을 생산하게 됐다. 


고농도 증류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러시아에서는 2루블하는 호밀을 증류하여 술집에서 63루블에 판매했다. 곡물을 황금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은 연금술사도 부러워할 만하다. 미국에서 1933년 갤런 당 1달러던 주세는 1940년 3달러로 그리고 1944년에는 9달러로 증가했다. 9달러는 생산원가의 8배에 달하는 높은 세금이다. 


프랑스에서 주류 산업은 특별한 지위를 누린다. 와인 등 주류 생산, 도소매, 운송, 병마개 제조 등을 모두 고려하면 프랑스 주류 산업은 5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프랑스 인구의 13%에 해당한다. 주류에 대한 과세는 프랑스 국가재정의 기본이다.


알코올이 가져오는 엄청난 세수에도 불구하고 1900년대에는 음주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금주령(禁酒領, Prohibition)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이러한 운동이 각국에서 동시에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음주가 일으키는 가정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건강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 개혁 운동이었다. 


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4년부터 식당에서만 독주를 팔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는 전쟁 중인 러시아의 재정 수입에 악영향을 미쳤다. 1917년 공산혁명 이후 러시아는 음주 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혁명 세력은 와인과 보드카 공장의 문을 닫고 알코올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트로츠키(Leon Trotsky)는 1923년 보드카 금지를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노동자 복지에 중요한 두 가지 일로 ‘하루 8시간 노동’과 ‘보드카 금지’를 꼽았다. 금지에도 러시아 사람들의 보드카 사랑은 계속됐다. 음주는 개인의 습성일 수 있지만 생존의 문제였다. 수입이 절실한 농부는 사모곤(Samogon)이라 불리는 밀주를 만들어 팔았다. 러시아인은 감시, 투옥, 처벌의 위협을 모두 이겨냈으며 결국 사랑을 쟁취했다. 


러시아는 1920년대 후반 음주를 다시 허용했고 국영 주류판매점을 운영했다. 밀주는 재정 수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보드카를 팔아 사회주의 건설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소득없이 밀주의 홍수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러시아를 개방으로 이끈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는 1985년 금주법(Dry law)을 다시 시행했다. 이 법은 보드카, 와인 및 맥주의 가격을 올리고, 주류의 판매 시간과 장소를 제한했으며 직장과 공공장소에서 술 취한 행동을 처벌했다. 이러한 조치로 범죄가 감소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으나 이는 경제적으로 지탱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보드카 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밀주로 보드카에서 징수하던 재정수입 1경 루블이 사라졌다.


미국에서도 1919~’ 33년까지 알코올을 금지하는 금주령이 있었다. 대공황으로 소득세 세수가 줄어들자 정부는 금주령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금주령에 반대하는 기업가 피에 뒤퐁은 “금주령이 폐지되면 소득세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재정수입의 절반은 알코올에 대한 과세로 충당할 수 있다.” 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금주령이 있었다. 일부 국가는 최근까지 금주령을 시도했으나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하였다. 


인도 하리아나 지방정부는 1996년 금주령을 실시했다. 그리고 상식에 반하는 금지를 강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었다. 부자들은 하인의 밀고를 피해 한밤중까지 기다렸다 술을 마셨다. 주택가격은 20% 떨어졌으며 사람들은 결혼식을 음주가 가능한 지방으로 옮겼다. 불법 증류주는 암시장에서 3배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지방정부는 주세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전기, 수도, 휘발유 같은 세금을 인상했다. 이는 폭넓은 물가상승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높은 물가에 더해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술을 사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물가상승으로 표심을 잃은 하리아나 정부는 결국 2년 만에 금주령을 철회했다.


                                                                 ***


유럽에 담배를 소개한 사람은 콜롬버스이다. 초기 유럽은 담배에 부정적이었다. 교황 어반 7세는 1590년 교회에 담배를 가져오는 사람은 파문하겠다고 했다. 영국 제임스 1세는 1604년 흡연을 눈, 코, 머리, 폐에 해를 끼치는 나쁜 습관이라고 했다. 베이컨(Francis Bacon)은 담배는 비밀스러운 쾌락으로 사람을 정복하여 절제하기 힘들다며 중독성을 강조했다. 일부 국가는 이러한 이유로 담배소비를 금지했지만 다수의 국가는 세금이라는 실리를 선택했다.


영국 제임스 1세는 흡연을 싫어했지만 금지 대신 과세를 선택했다. 그는 1608년 담배 수입을 금지하는 높은 수준의 관세에서 담배 1파운드 당 1실링으로 낮추었다. 1660년 담배에 대한 관세는 파운드당 2펜스로 더 낮아졌다. 관세를 낮추면 밀수를 예방하고 재정수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밀수되던 담배는 관세가 낮아지면서 정상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제임스 1세는 담배를 생산하는 농부가 받는 가격 수준으로 관세를 낮추어 재정수입을 극대화했다.


미국에서 생산 수출하는 담배는 무조건 영국 또는 미국 선박에 의해 영국으로 선적되어야 했다. 담배를 유럽의 다른 나라로 직수출하는 것은 금지됐다. 담배는 우선 영국으로 들여와 통과세를 납부하고 다른 나라로 환적해야 했다. 이것이 중상주의의 핵심이다. 


낮은 관세로 담배 거래량은 급증했고 이는 영국에 중요한 재정수입원이 됐다. 1660년 미국에서 생산하는 담배에 대한 세금은 영국 관세 수입의 1/4, 그리고 전체 재정수입의 5%를 차지했다.


제임스 2세는 1685년 담배에 대한 관세를 파운드당 2펜스에서 5펜스로 인상했다. 미국 생산지 담배가격은 불황으로 파운드당 1펜스이었다. 이는 담배 가격대비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밀수하기에 좋은 환경이 됐다. 밀수된 담배는 정상 담배의 절반 가격에 팔리었으며 밀수꾼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높은 이윤은 세관 직원을 매수하기 쉽게 만들었다. 일부 세관원은 세관 감시선으로 밀수 담배를 운반했다.


외국에서 담배를 배운 피터 대제는 흡연을 합법화했다. 그는 1679년 담배 판매를 허용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밀수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모든 밀수품은 과세되지 않는다. 피터는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담배 거래를 합법화했으며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러시아는 이후 담배를 전매했다. 담배를 피우던 교황 베네딕트 13세는 교회에서 담배를 허용했다. 바티칸은 1790년 자체적으로 담배 공장을 만들어 많은 수입을 올렸다. 지도자의 나쁜 취향은 전염성이 강해 모두의 취향이 된다. 법에서 이를 처벌한다 하더라도 엄하게 집행하지 않고 너그럽게 처리될 수밖에 없다. 아편을 척결하자는 청나라 말기의 캠페인은 주요 인물이 아편에 빠져있는 지역에서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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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성분을 가진 담배가 전 세계에서 널리 애용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담배는 가장 널리 소비되는 마약이 아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마약은 카페인 그 다음은 알코올이고 담배는 세 번째이다. 현재 지구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카페인을 함유한 커피, 차, 카카오 및 콜라이다.


영국은 수입된 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1740년에는 차 1파운드당 4실링의 관세가 부과됐다. 높은 관세는 밀수를 조장했다. 밀수범은 네덜란드에서 차를 밀수하여 이를 2~3실링에 판매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밀수를 단속하기보다 장려했다. 인도 항해에서 돌아오는 동인도 주식회사 선원은 밀수꾼에게 차를 팔았다. 


동인도 주식회사는 선원에게 급료를 적게 주는 대신 일정량의 무료 적재공간을 제공했다. 선원들은 이 공간을 이용하여 고품질의 차를 사적으로 구입하여 들여왔다. 이들 선박이 영국 해안에 접근하면 선원들은 벌떼처럼 모여든 작은 어선에 차를 밀매했다. 선원들이 가져온 밀수 차는 영국에서 최고급 차로 인식됐고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야심 찬 선장은 자신에게 할당된 공식 적재 허용량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차를 초과 적재하여 몰래 가져왔다. 선장은 이들 차를 밀수꾼에게 넘기고 불법 이익을 선원들과 나누었다. 선장이 별도로 이익을 분배하는 것은 밀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에서 차를 밀수하고 유통하는 조직이 커지면서 정식으로 수입된 차를 거래하는 상인은 생존을 위협받았다. 현명한 피트(Pitt) 수상은 세관 직원을 늘려 밀수를 단속하는 대신 물품 가격의 120%였던 차에 대한 관세를 12.5%로 낮추었다. 이는 밀수를 종식시키고 재정수입을 늘리었다. 암시장은 금지의 결과이다. 피트 수상은 금지보다는 합법화된 통제가 낫다는 것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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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스페인과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특허권이 있는 의약품 또는 특수한 치료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물질에 인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코카콜라(Coca-Cola)는 1892년 법인설립 정관에 ‘코카콜라라는 의료 물질을 제조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라고 기재했다. 


코카콜라는 ‘놀라운’ 코카인(Cocaine)과 ‘유명한’ 콜라(Cola) 너트의 강장(强壯) 효과를 광고했다. 광고에는 코카콜라가 두통을 치유하고 피로를 회복한다고 했다. 회사가 공짜로 나누어 주는 시계에는 코카콜라를 “이상적인 두뇌 강장제, 맛있는 음료, 두통 특화, 피로 회복”이라고 했다.


코카콜라는 당시 허용되는 마약 성분을 가지고 있었다. 미 국세청은 코카콜라를 음료가 아닌 약물이라고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코카콜라는 세금을 납부했지만 이를 되돌려 달라고 소송했다. 아틀랜타 배심원은 세금을 환급하도록 결정했지만 세금을 돌려준 이유가 궁금하다. 


우선 코카콜라가 스스로 설탕이 가득 든 탄산음료는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설명은 세금을 부과한 세무서장이 당시 유일한 흑인이라 배심원이 인종 차별적 판결을 했을 가능성이다. 코카콜라는 유럽의 판매 허가 과정에서도 제조 비법을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코카콜라는 1950년까지 코카인 줄기를 콜라 제조에 사용했다. 코카인 줄기에는 마약성분이 없다고 하지만 과거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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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상류에서 하류로 ‘추종과 도주(Chase and Flight)’의 방식으로 변화한다. 사회적으로 뒤진 사람은 신분의 표식을 찾아 상류층의 고상한 옷, 장식과 행동을 따라간다. 엘리트 계층은 자신만의 사회적 표식을 지키고자 대중화된 스타일과 관습을 버린다. 그리고 이들은 새로운 신분 표식을 사용하지만 모방으로 곧 대중화된다. 유행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지멜(Georg Simmel)의 말처럼 ‘유행은 번져가면서 점차 파멸해 간다.’


향정신성 물질은 이 법칙에서 예외이다. 유럽에서 커피, 차와 초콜릿은 비싸게 팔리었고 상류층의 품격을 보여주는 멋진 음료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음료는 대중화했지만 귀족들은 새로운 신분 증표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유럽 귀족들은 노동자가 아침에 차를 마시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귀족들도 카페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들 음료는 명품 가방에 없는 신체 강화 효과와 습관화라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블린(John Evelyn)은 영국 정부는 담배 및 이국적 음료에 심하게 의존했다 했다. 그는 만약 영국인들이 기독교인에게 요구되는 절제를 실천했다면 영국은 재정수입 부족으로 침몰했을 것이라 했다.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참고 문헌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Introduction page 2

Seeds of Change (Henry Hobhouse, Counterpoint 2005), Coca, page 333,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Introduction page 4-5

Seeds of Change (Henry Hobhouse, Counterpoint 2005), Coca, page 303-304,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The Big Three page 9-11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The Big Three page 11-13, Licit and illicit Drugs, page 190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Licit and illicit Drugs, page 195-199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Taxes and Smuggling, page155-159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Taxes and Smuggling, page152- 153, The High-Low Problem, page 160-162, Licit and illicit Drugs, page 193-194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The Big Three page 19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The High-Low Problem, page 160-162

The Sex of a Hippopotamus (Jay Starkman, Twinser Inc 2008), Coca-Cola and the Black Tax Collector page 124-127

Forces of Habit (David T. Courtwright, Harvard College 2002), A trap baited with pleasure, page 9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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