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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Jul 21. 2023

지젝의 시차적 관점 8: 손 곁에 있는 변증법적 유물론

Dialectic Materialism at the Gates

이러한 관행의 이상한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따분한) 특성을 설명하는 것은 그러한 성행위와의 관련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양립할 수 없으며 존재론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두 영역들 사이의 단락이다.


그것은 숭고한 철학적 사변의 층위와 성행위의 세부로 이루어진 층위이다. 비록 헤겔의 개념적 장치를 성적 관행에 적용하는 것을 선험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전체 관행이 다소 무의미한 듯하고, (심지어 형편없는) 농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단락들의 불쾌하며 이상한 효과는 그것들이 우리의 상징적 우주 속에서 증상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러한 우주들이 의존하고 있는 암시적 무언의 금지들을 집 안에 들이려는 보편성을 그 "참을 수 없는" 사례들과 대면시킴으로써 구체적 보편을 실현한다. 물론 헤겔의 변증법은 어떤 것을 분석할 때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것을 성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무언의 조언을 받는다. (33-34 쪽)

인간 지성의 사변적 담론인 철학적 사색과 인간 본능의 근본적 충동인 성적 행위는 아마 프로이트 이전에는 신적 정신과 생물적 본성 사이의 차이라는 층차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 층차는 사제의 계급과 노예의 계급의 차이 이상의 격차로서 존재했다.

그러므로 고대 이후 철학적 사색에서 성은 유기체의 생존전략 혹은 번식수단으로 간주되었지 철학적 사색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지젝은 이런 지적 전통의 영향을 무언의 조언이라는 표현으로 말하지만 실은 성담론이 터부시된 것처럼 동서양의 오랜 종교적 봉건사회에서 금기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에 대한 철학적 사색은 그 자체가 지젝의 말대로 불쾌하며 이상한 효과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소위 상징계라는 현실사회에서 억압되고 왜곡된 인간 본성의 착란과 도착을 넘어서 정신병리적 증상과 관련이 있다.


라깡이 말한 것처럼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I think where I am not, therefore I am where I do not think)“면 진정한 나는 나의 사유와 의식의 이면에 존재할 것이다.


마치 이러한 행위가 변증법적 분석이라는 개념 자체를 우습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물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그렇지만 그중 어떤 사람들은 "그 이하로 동등하게 대하라 “는 무언의 권유를 받는다. 마치 그들을 전적으로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평등이라는 개념자체를 훼손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심각한 의미에서 내가 독자들이 의미롭게 느끼기를 바란다는 말이 뜻하는 바이다. 내가 —저 위대한 반 헤겔주의자  들뢰즈가 "개념들의 확장" (expanding the concepts)이라고 부른 것에 동참하며 —구체적 보편을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에 성공하는 한 그렇다는 뜻이다.(34 쪽)

지젝은 서언의 말미에서 위대한 보편주의자 헤겔과 대표적 개별주의자 들뢰즈를 개념적 확장이란 말로 상관적 관계로 만든다. 그 결과는 구체적 보편의 실천이라는 지향점이다. 추상적 보편은 유기적 과정을 거쳐 생의 지속과 비약 속에서 구체적 보편이 된다는 것이 베르그종주의자 들뢰즈의 개념적 확장이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표현대로라면 들뢰즈의 가상적 현실로써 기억은 실제적이나 활동적이지 않고, 이념적이나  추상적인 것은 아니다. Marcel Proust defines a virtuality, memory as “real but not actual, ideal but not abstract”.


만약 현대인의 다수가 구체적 보편이라는 자유와 평등의 보편적 가치를 개별화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자신이 병상의 푸루스트처럼 침대 위에서 읽어버린 시간과 자아를 찾는 중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세상은 점점 불평등해지고, 근대적 자유는 더 글로벌적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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