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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Nov 18. 2023

행동 경제학 2

가질 때의 기쁨과 잃을 때의 고통, 무엇이 더 클까?

소유 효과의 비밀


강독 방식의 독서 노트에서 강의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으로 글을 바꾸어 써보기로 했다. 왜냐면 본문은 먼저 영어 번역문이자 전공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비전문가이자 일상인이다. 어쨌든 브런치의 글은 항상 실험적이다.


일반적으로 행동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이건 사회적 지위이건 일단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성향, 즉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한다.


주로 머그잔과 초콜릿의 교환 사례 실험에서 대부분의 머그잔 소유자가 초콜릿과 교환을 거부한다는 예로서 이를 입증한다. 이와 반대되는 예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다. 실제로 심리 현상에서는 타인의 소유는 좋게 보이고, 내 것은 초라하게 보인다.


저자가 소개하는 소유 효과의 예는 우선 특정 구호금 모금에 관한 것이다. 만약 구체적으로 어느 병원에서 돈이 필요한 병든 소녀를 도워줄 모금이 채워지거나, 매몰된 광부를 구출하기 위한 기금은 쉽게 충당이 된다.


그러나 매년 고속도로에서 사망하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높이거나 세금을 그곳에 쏟는 정책은 쉽게 수립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전자는 확정된 생명이고, 후자는 통계적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행동 경제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여섯 살짜리 갈색 머리 소녀"의 생명을 크리스마스까지 연장하기 위해 수천 달러가 소요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치자. 아이를 위해 많은 소액 기부금이 우체국으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매사추세츠 지역의 병원 시설 재정이 매출세 부족으로 계속 악화되면서 예방가능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막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눈물을 흘리거나 지갑을 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아픈 소녀의 이야기는 핵심을 생생하게 포착해 낸다. 병원은 ‘통계적  생명 statistical life’을 가리키며, 반대로 소녀는 '확인된 생명 identfed life'을 상징한다. 매몰된 광부를 대상으로 한 긴박한 구조 작업처럼 우리는 때로 확인된 생명이 위험에 처한 사례를 접하곤 한다. 사람들은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확인된 생명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기장이나 백신, 깨끗한 식수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수천 명이 매일 죽어 가고 있다.

아픈 소녀의 경우와 달리 일반적으로 공공 정책은 추상적인 차원에서 결정된다. 여기에서는 감성적 요소가 영향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 가령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중앙분리대 폭을 90센티미터 정도 더 넓히면 4,2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지만, 향후 30년간 매년 1.4건의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방안을 선택해야 할까?


물론 우리는 미래의 희생자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다만' 통계적 생명이다. 하지만 중앙분리대의 폭을 넓히기 위해 우리는 연장된 생명에게, 혹은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 추가 비용을 투자함으로써 살릴 수 있는 생명에게 할당할 가치가 필요하다. 이콘이 살아가는 세상은 20명의 통계적 생명 대신, 1명의 확인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41-42 쪽)

이콘 즉 경제적 인간은 감정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통계적 생명을 구하는 일은 이콘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콘들의 배후에 관료집단과 정치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방해한다.


최저임금이나 최소노동에 관한 입법은 경제성장 지수와 복지 지수 중 어느 것을 우선으로 택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콘들은 논쟁에 논쟁을, 연구에 사례를 도입한다. 그러나 정치꾼들은 권력욕과 군중의 표심을 우선시한다.


이콘들은 투쟁적이지 않다. 그러나 비이콘들은 소유 효과나 반대 심리에 좌우된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이제 경제학에 심리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이미 인간의 이성 이면에 어두운 욕망의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비즈니스는 통계 숫자 이전에 심리 즉 구매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 그리고 그들이 지갑을 여는 순간이 언제일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반드시 윤리적일 필요는 없다. 최소한의 상도덕만 가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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