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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Dec 01. 2023

행동의 경제학 3

“버락 오바마? 나는 당선될 줄 알았다니까!”

사후 판단 편향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나자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자신들이 마치 결과를 미리 예측했다는 식의 보도와 논설을 쏟아내었다. 발표 이전에 부정적 결과를 예고했던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진행된 외교 혹은 로비 담당의 실무자들은 이미 예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발표는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유치 계획의 시점 자체가 늦었고, 경쟁자의 자금력에 비하면 이길 승산이 적지만 국가적 홍보를 위하여 지더라도 의미가 있는 총력전이다’라는 전망을 내놓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 단체나 정치 집단 혹은 이익 단체에 속해서 일을 해보면 오너나 CEO의 입장에서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에 누군가 아예 부정적 견해를 제시한다는 것은 전체의 사기를 꺾는 일종의 금기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굳이 관주도적, 대기업주도적 경제 성장을 한 한국의 여러 실패한 정책에만 해당되는 사례가 아니다. 동아시아의 문화는 집단주의적, 권위주의적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소수의 의견이 집단이나 권위에 쉽게 매몰된다.


그러나 바교적 개인주의적이고 자율적인 행동 방식을 지지하는 구미권에도 이런 방식의 경향이 개인이나 집단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행동 경제학의 개념으로 본다면 ‘사후 판단 편향’이 인간의 행동 심리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후 판단 편향 hindight bias‘이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것이 필연적인 결론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실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계 상원의원인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쳤을 때,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후 판단 편향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흥미로우며, 경영에 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CEO가 직면하는 가장 힘든 문제는 예상 수익이 충분히 높을 때 위험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관리자들에게 심어 주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조직 관리자들은 당시의 결정이 아무리 합리적이었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그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람이 비난받게 된다는 사실을 염려한다.


CEO로 하여금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사후 판단 편향은 문제를 악화시킨다. 물론 사후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서 사람들은 실패한 프로젝트가 위험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편향을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만드는 요인은, 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서는 그런 편향을 쉽게 인식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55-56 쪽)

사후 편향 판단은 ‘예측 가능한 실수(predictable error)’를 저지르게 한다. 통계학적으로 표현하면 ‘표준 오차(standad error)’에 해당된다. 우리는 표준 오차를 충분히 예상하고 예측을 내린다. 그러나 실제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빈번한 실수는 이런 표준 오차의 공식을 외면한 결과이다.


행동 경제학자들과 행동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이런 경향을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고 부른다. 사실 이 문제는 현대의 비합리주의 철학에서 혹은 프로이트 이후 현대 심리학에서 주제적으로 다루었던 문제이다. 단지 실용학문의 영역에서 이 문제를 현실 영역에 구체화시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예측 가능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이콘들의 의사결정 모델을 새롭게 모색하는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융합, 통합, 통섭이라는 현대 학문의 주요 흐름을 낳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어떻게 수치적 표준 오차에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시대적 요인을 추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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