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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Dec 18. 2023

행동의 경제학 4

불확실성하에서 인간은 어떻게 결정하는가

전망이론과 운명의 그래프


미국의 유대계 행동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년 3월 5일 ~ )은 와튼스쿨에서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연구하던 가치이론을 후에 전망이론(Prospect Theory)으로 수정하여 발표하였다. 그 결과 그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대체로 사람들이 예측하는 경제적 가치의 효용성은 합리적 선택 이론에 따른 최적화 모형과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3학생이나 학부모가 대학의 전공을 선택할 때, 그 전공에 투자한 돈과 시간 그리고 향후 경력이 회수할 돈과 삶의 질을 대조하여 진학을 결정한다.


한국의 경우 서울의 명문대나 의과대학에 진학하면 향후 고소득과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 아유는 확률적으로 그런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외견상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될지 신중한 분석을 통해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전망이론은 인간 행동이 규범적이고 기술적인, 즉 합리적이고 최적화된 선택의 모형을 따른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기초는 1738년 다니엘 베르누이가 제시한 ‘위험회피’란 개념이다.


부의 한계 효용 체감의 그래프를 보면 예를 들어 미국의 빈자에게 100달러는 그 가치가 크게 느껴지지만 부자에게는 그다지 크지 않는 금액이다. 한국에서 수조 원대의 금액을 다루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100억 원은 삭감하거나 추가해도 회사나 개인에게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액수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논문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또 다른 하나는 ‘가치 함수’를 보여주는 그래프였다. 이 역시 경제학적 사고에서 중요한 이론적 혁신이었으며, 새로운 이론을 창조한 실질적 원동력이었다.


베르누이 이후 많은 사람들은 '부의 한계 효용 체감'을 기본적인 가정으로 삼았다. 부의 효용에 대한 이런 모형은 인간의 기본적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한 설명을 제시하는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초점을 부의 '수준‘에서 부의 '변화'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약간의 개선처럼 보이지만, 수준의 반대편에 서 있는 변화로 초점을 전환한다는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두 사람이 말한 가치 함수는 위의 표에 잘 드러나 있다.


인간은 변화 과정에서 삶을 경험하게 된다는 차원에서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그런 과정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지금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공기 순환 시스템을 갖춘 건물에 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 여러분은 사무실을 나와 회의실로 이동한다.


그런데 회의실로 들어선 순간, 여러분은 회의실 온도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회의실 온도가 사무실이나 복도와 똑같다면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덥거나 춥다면 즉각 그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그 온도에 익숙해지면 다시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금융 문제도 마찬가지다. 제인이라는 사람이 1년에 8만 달러를 번다고 해보자. 그런데 연말에 기대하지 않았던 보너스가 5,000달 러나 나왔다. 제인의 반응은 어떨까? 자신이 평생 벌 수 있는 돈과 비교해 별로 의미 없는 금액이라 치부할까? 아니다. 제인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와우, 여유 자금이 5,000 달러나 생겼어!' 사람들은 수준이 아니라 변화의 차원에서 삶을 경험한다. 그 변화는 현재 상태, 혹은 기대했던 것으로부터의 변화일 수 있으며, 어 떤 형태든 모든 변화는 우리를 더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든다.


이는 실로 놀라운 통찰력이다. 그 그래프는 내게 실로 큰 충격을 주었다. 나는 즉각 내 목록을 적어놓은 칠판 옆에 그래프를 그대로 그려보았다. 다시 한번 [그림 3]을 들여다보자. 이 S자 곡선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대단히 중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 곡선의 우측은 민감성 체감을 드러내는 부의 효용 곡선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좌측 곡선 역시 민감성 체감을 동일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즉 10달러 손실과 20달러 손실의 차이는 1,300달러 손실과 1,310달러 손실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말이다.


부의 효용 곡선상 특정 지점에서 왼쪽으로 이동할수록 효용은 더 크게 떨어지고, 이는 각각의 손실이 점점 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부의 증가에 점점 둔감해진다는 체감을 동일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즉 10달러 손실과 20달러 손실의 차이는 1,300달러 손실과 1310달러 손실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효용 곡선은 전통적인 모형과는 다르다.(69-71쪽)

저자는 가치함수의 그래프를 독일의 생물학자인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와 독일의 심리학자인 구스타프 페히너가 발견한  ‘베버-페히너의 법칙(Weber-Fechner law)’과 연관시켜 설명한다.


베버-페히너의 법칙이란 감각기에서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 자극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자극을 받아야 된다는 이론을 말한다. 즉 처음에 약한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변화가 적어도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강한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변화가 커야 그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위키백과 참조)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체중이 30그램 증가했을 때는 그 차이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반대로 체중계에서 자신의 체중이 그만큼 줄었을 때는 중요한 차이로 느낀다. ‘최소 식별 차이’는 그 변수의 크기에 비례한다.


결국 여기서 저자가 얻은 결론은 사람들은 이익에서는 위험 회피적이지만, 손실에서는 위험 선호적이라는 사실이다.  이익이 가져주는 기쁨보다 손실이 가져다주는 슬픔이 더 큰 현상을 행동경제학자들은  ‘손실회피(lose aversion)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자기계발도서에서 가르치는 행동 양식은 이와 반대의 길이다. 그들은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대부분의 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99번의 실패 끝에 가다리는 것은 마지막 성공, 혹 또 실패해도 질적으로 당신은 성공했다. 왜? 도전했으니까? “


자기계발에 관한 책이 약간의 심리적 위안을 주지만 그것대로 행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손실회피’의 법칙과 반대로 가기 때문이다.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라는 것과 역풍을 거슬러 항해하는 것과 차이는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해야만 하는 시간과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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