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료 수집, 글쓰기, 투고, pod 출판(2)
<통섭>이란 저서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창의성의 기원>이란 책에서 이제까지 대부분의 학문 분야가 신석기 혁명 시대의 유산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들은 주로 신석기시대의 여명기에 이미 다 갖추어져 있던 감각과 감정의 구체적인 생물학적 특성들을 기반으로 삼는다. 따라서 인문학의 내용은 거의 전적으로 신석기시대 이후의 것이다. 청각 예술, 언어학, 역사학, 법학, 철학, 윤리학, 신학이 그렇다."
그는 현대의 인문학이 과감히 유전과 문화의 진화 과정을 통해 하나로 엮인 빅 파이브(Big Five) 분야-고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신경 생물학-를 철저히 응용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인문학은 과학과 엮여야 할 것이고, 다음의 조건이 인문학자들에게 수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인간의 맨 감각 세계가 불필요하게 갇힌 채로 머물러 있는 공기 방울을 벗어나자. 둘째, 유전자 역사의 심오한 역사를 문화적 진화의 역사로 연결함으로써 뿌리를 제대로 찾자. 셋째, 방대한 인문학적 노력을 방해하는 극도의 인간중심주의를 약화시키자."
윌슨의 이런 제안은 내가 보기에 시대적으로 아주 적절한 주문이었다. 실제로 학자들은 너무 전문화되어 있어, 같은 학문 분야에서도 다른 연구 논문에 대한 논평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왜냐하면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 분야의 정보가 고도로 복잡하고 정밀하게 짜여있기에 대부분의 연구 성과는 다른 분야의 섣부른 접근을 불허한다.
대중이 읽기 쉽도록 집필된 서적은 주로 당장 자기 계발이나 회사 경영에 응용될 수 있게 간략하게 가공되거나, 아니면 주로 첨단 과학을 알기 쉽게 정리한 수준에 머문다. 반면에 학문 간의 통합적 연구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인지심리학과 정보학 그리고 진화 및 분자생물학과 유전학 분야이다.
순수과학 연구소로 유명한 독일의 <막스프랑크 연구소>나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의 프로젝트팀은 주로 협동학문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너무 학문적인 주제로 흘려버렸다. 그러나 시대적 요구의 배경에 어떤 응답을 주기 위해서는 윌슨이 제안한 소위 빅 파이브 분야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윌슨의 충고에 따라 자료를 재수집하기 시작하였다. 보통 인문학 분야의 학위 논문이나 책은 한 학자의 원저에 영향을 준 전/후의 학자와 원전에 관한 유명 주석서들의 해석을 참조하여, 그것에 진일보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정직한 저술인 경우가 많다. 동서의 사상을 대비하거나, 고전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가공한 책들은 한번 보고 나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즉 <소비 가치>는 있어도 <소장 가치>는 없는 서적들이 북 마케팅을 통해 홍보되고 유통된다.
어쨌든 간에 자료 수집의 경우 에드워드 윌슨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나의 경험 상 <책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독, 다작, 다사가 글쓰기의 3대 원리란 것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무분별한 다독은 오히려 책 구성에 방해가 된다. 선별된 책을 고르는 쉬운 방법은 먼저 영감을 얻은 책을 통해 그 안에 언급된 책들을 구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