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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Aug 02. 2024

창세기의 인문학 4

더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1)

빅뱅에서 태양계의 탄생으로 넘어가기 전에 우리가 현대 물리학이나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발견 성과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기보다는, 오히려 인간 지식의 한계(경계)를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더 겸허해진다는 사실을 언급해야 하겠다. 4번째 에세이에 <더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소제목을 붙인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앎이나 탐구의 의지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과학이나 학문의 경계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의 문제를 예로 든다면, 시간은 쏜 화살과 같이 한번 날아가면 목표에 맞든 지 빗나가든지 간에 순차적으로 직진하는 것처럼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흐르고 있다. 그 역은 과연 가능할까? 이것이 바로 <타임머신의 가능성>과 관련된 물음이다. 호킹은 여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을 했을까? 그가 정정판에 추가한 <벌레구멍과 시간여행>의 결론에서 간략하게 알아볼 수 있다.


"미래의 방문객이 없는 이유는 우리가 과거를 보았고, 미래에서 과거에로의 여행을 허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종류의 휘어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과거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간여행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러나 나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쪽에 내기를 걸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미래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사실은 앞으로도 시간여행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의 비가역성(되돌릴 수 없음)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책에서 우주라는 공간에서는 시간이라는 변수가 없고,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없고, 때때로 시공간도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책 후반에 이성으로 시간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넘어서 오히려 영원한 흐름으로서 시간 자체는 감정으로 체험될 수도 있다는 기묘한 이야기를 한다.


"이성은 핀셋과 같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기도 하다. 불이나 얼음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에 손을 대어야 할 때 사용하는 연장 같은 것인데, 우리가 생생하게 불타는 감정처럼 인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이 우리의 실체다... 또 이 감정들은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 하면 항상 순서가 꼬이고 만다."


마지막 부분에서 로벨리는 이런 시를 인용하면서 시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은줄이 끊어지고 황금 전등이 깨지고, 암포라 항아리의 밑바닥이 부서지고 도르래가 연못에 빠지고 먼지가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두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참 달콤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이것이 시간이다."


과연 그가 느낀 이런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교감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시간을 설명하다가 결국 시적 체험으로 넘어간 시간의 본질에 대한 그의 경험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창세기의 인문학> 1부의 1장에 나오는 <의식의 흐름과 시간의식>이란 부분은 바로 이런 체험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철학자가 이성만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과학의 자료를 못 넣은 주제에 대해서 먼저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신다윈주의자 리처드 도킨스의 후임으로 2008년에 과학대중화사업의 책임자인 시모니 석좌교수로 부임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가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을 담은 책은 바로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What we cannot know>이다.


아쉽게도 필자의 이번 책에 그가 이야기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기에 다음 에세이에서 그 책의 일부를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3부에서 4부로 넘어가는 파트에 들어가야 할 내용인데, 아쉽게도 충분하게 서술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이 우주와 생명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갈수록, 인간의 이성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영역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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