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2)
사토이의 책 일장의 제목은 <지식의 0번째 경계: 알려진 미지(未知)>이다. 서론 부분인 이 장에서 사토이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남다른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동네 도서관에서 과학 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꼽혀서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정기구독권을 구입했고, 매주 TV에서 방영하는 과학 프로그램과 <인간 동정의 발자취>란 책과 <코스모스> 그리고 <미지의 몸>이란 책을 수도 없이 읽었다고 회고한다.
이런 지적 욕구와 탐구심으로 인해 그는 '과학대중화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란 직함을 명함에 새기게 되었다. 그가 석좌교수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노벨 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한 기자가 <텔로미어(telomere: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염색 소립으로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함)의 발견에 대한 과학사적 의미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는 위키피디아로 텔로미어를 검색하고, 대충 읽은 다음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사실을 나열하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 과학자가 모든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토이는 이런 물음에 그것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답한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확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수학을 이해하기도 자신의 머리가 버겁다고 고백한다.
사토이의 말에 의하면 "지난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쌓아온 지식의 양은 실로 방대하지만 아직도 '아는 것'의 목록보다 '모르는 것'의 목록이 훨씬 길고 그 목록의 증가 속도도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암흑 물질(暗黑物質, dark matter: 전자기파를 흡수하지 않기에 탐지하기 어려우나, 우주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짐)이다.
우주의 물질 중에 인간에게 알려진 것은 고작 4.9%인데, 나머지 95.1%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이다. 이것들은 과연 무엇으로 구성된 물질인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면 가속에 필요한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충당하고 있을까? 빅뱅 이전에도 시간이 흘렀을까? 다른 우주들은 우주가 빅뱅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을까?" 기본 입자는 과연 11차원 공간에서 진동하는 작은 끈일까?
그는 자신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지식의 한계, 즉 '알 수 있는 것과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초월적 존재>로서 신에 관한 것이었다. 고대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설명할 때마다 상습적으로 신을 개입시키론 했다. 그러다가 그 현상의 원인이 과학을 통해 밝혀지면서 신과 결부된 설명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사토이에 의하면 "신을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선 존재로 정의하면 '틈새의 신 God of gaps'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그의 전임자 리처드 도킨스 마저 <만들어진 신>이란 저서에서 "인간이 무언가를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할 때 빈 간극을 메워주는 신이 존재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신'과 '알 수 없는 것'을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신학자 허버트 맥케이브는 "신이 존재한다는주장은 우주에 답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주장과 같다"라고 했다. 사토이는 맥케이브의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라고 묻는 것에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러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이 우주에는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의 지(知), 정(情),의(意)라는 인식 능력 너머에 소위 <계시(啓示: 인간의 자연적인 경험이나 인식에는 없는 진리가 신 스스로 인간에게 열어 보임으로써 전달되는 것)의 가능 조건>이 『BIBLE(성경)』의 새로운 이해를 통해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주제는 필자의 책 <창세기의 인문학> 제2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