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혁명과 고대 국가 그리고 기원 신화
BC 8000년에서 BC 3500년 사이에, 현 인류는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초기 농업을 시작하였다. 사냥과 채집 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던 인간이 왜 겨우 수천 년의 시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농업을 선택했을까? 이 질문은 현대인과 고대인을 가깝게 만든다. 왜냐하면 농업으로의 변화는 거의 40억 년이란 지구 전체 역사와 100만 년이라는 호모엘렉투스의 역사에 비교하여 볼 때, 아주 짧은 시간인 겨우 1만 년 이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농업 혁명 이후 인간은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도 기르게 되었다. 동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과 가까운 특정한 식물이나 동물을 야생의 환경에서 분리해서 인간에게 유리한 식량과 노동력을 제공하게 길들이는 것이다. 빅히스토리의 창안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시간의 지도』란 저서에서 고대인들이 시작한 농업 즉 <길들이기 domestication>라는 방법을 초보적 유전 공학이라고 부른다.
"길들이기는 공생의 한 형태로, 하나의 종이 다른 종을 먹이로 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을 보호하고 재생산을 도와 보다 안정적 형태의 음식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양과 옥수수는 인간이 그것을 길들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번창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주 밀접한 공생 관계에서는 두 종이 행동학적으로, 유전학적으로 모두 변화해서 결국에는 어느 한쪽도 다른 쪽이 없이는 살 수 없게 된다."
크리스천에 의하면 진정한 '신석기 혁명'은 소수의 종자식물을 길들이면서 시작됐다. 이런 변화에 대한 최초의 증거는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를 좀 더 큰 지구의 교환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주는 좁은 통로를 하던 아시아 남서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아프로-유라시아 최초의 농업 유적지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 Fertile Crescent‘라고 알려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초기 농업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계는 사적이고 지역적이면서 동시에 대단히 평등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약 5천 년쯤에 최초의 국가가 나타났다. 기원전 약 3200년쯤에는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작은 도시 국가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기원전 3100년에는 이집트에 국가가 나타나서 메네스라고 불리는 지역의 관료가 남과 북을 통일해서 최초의 왕조를 건설했다.
"국가의 등장은 사적 관계에서 비인격적 관계로, 그리고 사물에 대한 권력에서 인간에 대한 권력으로의 중요한 전환을 의미한다. 위계질서와 권력 그리고 국가로 이루어진 세계는 우리가 오늘날 익숙한 세계이다. 그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부와 권력이 출생과 성, 인종집단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 있는 세계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빈해리스는 고대 국가의 등장을 <평등의 종말>이라고 표현한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왕조가 출현하고, 고대 국가가 통합되어, 제국으로 발전하자 부족 국가 내에서 구전으로 전승되던 기원 설화는 제국들의 기원 신화로 융합되면서, 서사시란 문자를 통해 전달되고 널리 낭송되었다.
모세오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는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와 그리고 두 번째 책인 출애굽기는 이집트의 신화와 연관이 있으나, 구조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과 모세는 다른 신화나 영웅 설화와 차별된 사람으로 새롭게 삶을 시작한다. <창세기의 인문학>에서는 99세의 아브라함과 80세의 모세의 서사가 다른 문명의 영웅 서사나 건국 신화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