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과 제국 그리고 바벨론(1)
신석기 혁명 이후 도시국가를 건립한 고대인들은 주로 건국 신화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성장하였다. 서양의 대표적인 영웅 서사는 바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Lucius Mestrius Plutarchus)』이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플루타코스(Μέστριος Πλούταρχος, Plutarch, AD. 46-119년 경)가 카이사르, 알렉산드로스, 폼페이우스 등 고대 영웅들에 관해 역사적으로 서술한 전기다. 여기에 나오는 영웅 서사들은 현대까지 서구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양에서는 중국 전한 왕조에 사마천(司馬遷, BC. 145-86년 경)이 서술한 『사기(史記)』에서 12명의 제왕들의 일대기가 적힌 본기(本紀)와 열전(列傳)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가 오늘까지 동아시아권에서 널리 회자(膾炙: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되고 있다. 중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재현되고 있는 서사가 바로『사기(史記)』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고대 근동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영웅 설화는 아카드 제국을 건설한 사르곤 대왕과 함무라비 대왕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히브리 성경』 특별히 <창세기의 기자(記者)>는 고대의 영웅들에 대하여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그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네피림( נְּפִלִ֞ים, Nephilim, 용사, 영웅)의 등장과 그에 대한 창조주의 시각이다.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 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창 6:1-4)"
창조주 엘로힘 여호와는 영웅들과 그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라고 저주한다. 문자적으로만 보면 구약의 신은 대단히 관용과 자비가 부족한, 사람보다 더 질투가 심하고 폭력적이며 배타적인 신으로 보인다. 현대의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나오는 논박 역시 주로 구약의 문자적인 해석에 그치고 있다.
왜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들(창세기에서는 천사들을 일컬음)이 사람의 딸들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을 보고 절망했을까? 그 단서는 바로 창세기 3장에 있다. 하나님이 아담 부부를 동산에서 나가게 한 것은 바로 <선악을 알게 하는 지식의 나무의 열매>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창세기의 메타포는 너무 심오해서 오늘날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먹는 것은 안으로 들어와서 생명이 되는 것과 동일하고, 인간이 그것을 먹었다는 것은 그를 유혹하는 천사(사단)의 성분을 먹었다는 것과 연결된다.
남자는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먼저 보기 좋고 탐스러운 것들을 미끼로 던진다. 예를 들어 학벌이라던가, 가문 혹은 고급 자동차라던가 좋은 직업을 먼저 보여주고, 그것에다가 남성적인 매력마저 가졌다면 대부분의 여인은 우월한 유전자를 택하는 유전 법칙에 따라 쉽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많겠지만. 일종의 비유니까, 페미니스트들은 이 글에 너무 열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남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히브리인들의 신 여호와는 피라미드형 위계질서를 선호하지는 않았다. 히브리인들에게 계시된 <제사장 나라>는 현대 유대인 랍비가 표현한 것처럼 <거룩함의 민주화>가 실현된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신은 인간의 힘이 다 빠진 후에 선택된 인도자들에 의해 인도되었다. 끝난 자를 다시 새롭게 창조해 인도자로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