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특이한 존재인가, 특별한 존재인가?(2)
오늘날 인간의 역사를 구분하는 서기(西紀)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사용해 온 그레고리력의 1년을 서기 곧 <시작하는 해>로 삼는다. 알파벳 약어로 기원전, BC(Before Christ, 영어 )는 그리스도 탄생 이전을 의미하고, AD( Anno Domini, 라틴어)는 주의 해란 뜻을 의미하며, 그리스도 탄생 이후의 모든 시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과연 <그리스도의 탄생>은 정말 인류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을까?
우리는 이미 신석기 혁명 이후 <평등의 종말>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 축의 시대(Achsenzeit: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창안한 표현으로 기원전 8-3세기에 인류 사상의 축이라 할 대 사상가들, 석가모니, 공자, 노자, 소크라테스 등이 출현한 시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이 <불평등의 구조>는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본 사람이면 아마 어떤 역사가가 인류의 역사는 이제 <오펜하이머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새로 구분해야만 한다는 말에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2차 세계 대전에 발생한 <아우슈비츠 학살 사건> 이상으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초강대국의 갈등이나 혹은 집단 망상의 전염으로 인해 일시에 파괴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자각을 불러일으켰다.
나치나 스탈린의 광기를 목격한 유럽의 지성인들은 근대적 이성이 만든 서구 문명에 대한 불신으로 인하여 인간을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 20세기는 인간의 비합리주의적 측면이 깊이 탐구되기 시작한 시대가 되었다.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더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며 비합리적인 생물이다. 사실 여러분들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그렇지 않은가?
최근의 노벨 경제학상은 주로 행동 경제학 즉 인간의 경제적 활동이 비이성적 요인, 정서적 요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측면을 연구한 학자들이 주로 수상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너지(Nudge)>란 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리처드 탈러와 카스 선스타인이다. 현대 심리학의 경우에도 가장 첨단인 사회심리학의 분야 역시 인간의 감성이나 군중의 심리가 개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관련성을 연구하고 있다.
군중은 때론 선동이나 조작된 소문 흘리기에 의해 광적인 집단 심리에 쉽게 전염되는데,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왜 이성적인 인간은 말초적인 감성이나 원시적 욕망에 더 좌우되는 것일까? 지구의 위기를 외치면서도 강대국들은 한정된 지구자원에 바탕을 둔 자국의 경제 성장이나, 소비문화에 중독된 유권자들에게 더 정치적 괸심을 기울인다.
사실 냉정하게 현실을 보면 이 지구에서 인간이 존재할 특별한 목적이 다시 발견되지 않는 한, 이렇게 소모적으로 무한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지구 자원을 낭비하는 호모 사피엔스 종만 사라지면 자연의 생태계도 수십 년 안에 곧 회복될 것이다. 이 특이한 종은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 자멸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