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화인류학의 과제
이 에세이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2001)의 저서 [The riddles of culture]의 한국어 번역판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그는 여러 문화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패턴에 대한 설명이 유물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본 학자이다.
유럽의 구조주의자들이 여러 문화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대적 요소를 발견하고 서구우월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서 문화상대주의를 발전시킨 것과 연속적으로 미국의 인류학자들 역시 유럽의 문화를 기준으로 삼는 것에 반대하면서 다양성의 근거를 발견하려 하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미국의 인류학자 루드 베네딕트(Ruth Benedict, 1887-1948)가 인용한 인디언 신화 하나를 예로 들면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 "신은 모든 인간에게 진흙으로 만든 물잔을 하나씩 주었다. 인간은 그 물잔으로 자기들의 생명을 떠마셨다.... 인간은 누구나 물을 마시지만 그 물잔은 모두 달랐다."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논쟁하여 왔던 과제가 바로 보편과 특수 혹은 보편자와 개별자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특별히 중세의 보편논쟁(普遍論爭)은 보편적 존재와 개별적 존재의 관계에 관한 논쟁이기도 하다.
신이 인류에게 준 물잔이 보편자라면 각자 개인이 사용하는 다른 형태의 물잔은 개별자이고, 특수한 것이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소유한 이성이나 감성이 있다면 각 문화에도 공통적 생활양식이 있을 것이며, 상이한 환경에 따라 특수한 생활양식도 있을 것이다.
동일한 품종의 종자나 나무라도 환경과 토양에 따라 그 열매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나주에서 잘 열리는 배는 대구에선 그 맛을 못 내며, 역으로 대구의 사과는 나주에서 다른 맛을 내게 된다. 인간의 생활양식으로서 문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