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어머니 암소
저자는 본론에서 서구인이 가장 의문시하는 인도의 암소숭배에 관한 경제적 비효율성에 대하여 그 반대의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문화의 수수께끼를 푸는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서구인들은 인도인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들의 인구 다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것은 합리적 시선으로 볼 때, 힌두교의 미신적인 <암소숭배 사상>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힌두교에서는 암소를 죽이는 것보다 더 큰 신성모독은 없다. 로마 가톨릭교의 성모 숭배 신앙과 마찬가지로 암소를 신성한 동물로 숭배하는 이 신앙으로 말미암아 인도인들이 굶주리며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서구의 학자들은 추론한다. 1971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한 교수는 인도에는 3,000만 마리의 비생산적인 암소가 있다고 발표했다.
서구인의 시각으로 보면 인도에는 무익하고 비경제적인 수많은 잉여동물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는 비합리적인 힌두교 교리 때문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암소숭배 때문에 인간들이 서로 증오하고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싫어하지만 소고기는 먹는다. 이로 인해 힌두교도들은 이슬람교도들을 <소 살해자>라고 증오한다.
과연 인도인의 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암소 숭배가 터무니없고 자멸적인 것일까? 저자는 암소숭배를 비난하는 견해에 몇 가지 모순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가 우선 중요시하는 정보보고서 중 하나는 인도에 있는 많은 암소에 비해 수소가 상대적으로 귀하다는 내용이다. 인도에는 수소와 물소가 영농에 필수적인 생산력을 담당한다. 쟁기끌이 가축에 의존하는 인도의 6,000만 농가에 4000만 마리의 가축이 더 필요하다.
인도 농가에서 수소는 미국의 농업에 비유하면 트랙터와 같다. 병들고 상한 수소를 건강한 수소로 대체할 수 없는 인도 농부는 마치 고장 난 트랙터를 대체하거나 보수할 능력이 없는 미국의 농부와 같다. 그러나 인도와 미국의 상황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미국의 트랙터는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인도의 수소는 암소가 낳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암소 숭배의 역설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간다.
미국에서 대규모 기업농이 발달하자 소농가는 사실상 몰락하였다. 현재 미국의 농업인구는 전체 인구의 5퍼센트에 불가하다. 인도에 미국과 비슷한 기업농이 발달하게 된다면, 인도 정부는 2억 5000명에 달하는 실직농민에게 직업과 주택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저자는 <저에너지, 소규모, 가축 위주의 농업시스템>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연료의 문제이다. 인도의 암소는 매년 분뇨 7억 톤을 배설한다. 이 배설물의 대략 반 정도는 비료로 사용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연료로 사용된다. 인도에서 소똥은 취사용 연료로서는 가장 우수한 것으로 환영받고 있다. 인도에는 가이(Ghee, 물소젖으로 만든 식용 버터기름)를 요리하는 데, 가장 좋은 연료가 바로 소의 분뇨이다. 인도적 농업시스템에서 인도 농부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자기의 암소라도 잡아먹고 싶지만, 소를 잡아먹게 되면 그 결과로 그들이 굶어 죽는 결과가 초래될 것임을 서구의 전문가들은 알지 못한다.
인도 신분사회의 체계에서 죽은 암소를 먹을 수 있는 권리는 아이니컬하게도 최하층 카스트에게 주어진다. 매년 2,000만 마리의 소가 죽어가고 그 대부분이 죽은 고기 처분자인 최하층민의 입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암소의 가죽은 그 계층의 가죽공정을 통해 가죽제품으로 가공된다. 암소숭배에도 불구하고 인도에는 대규모 가죽제품산업이 움직이고 있다. 마빈 해리스가 문화의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은 이렇게 힌두교 신앙의 분석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실질 경제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저자가 이 장의 마지막에서 지적하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1970년 미국에서 1인당 12톤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소비된 것에 비해 인도에서는 1인당 5분의 1톤이 소비되었다. 자동차나 비행기는 수소가 이끄는 우차보다 빠르기는 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우차보다 비효율적이다. 미국의 모든 교통수단이 불필요하게 내보내는 칼로리양은 인도의 모든 암소가 1년 내내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보다 더 많다. 해리스는 우선 현대인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여러분이 진짜 숭배받는 암소를 보고 싶다면 밖에 나가서 여러분의 자가용을 바라보면 될 것이다."
결국 저자의 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암소는 신성하다. 누구도 암소를 해치지말라.> 라는 이 믿음, 신념은 인도 사회를 유지하는 모든 프레임을 정당화하는 최상의 원리, 원칙이다. 그러면 다른 사회에는? 다음 장은 돼지 숭배자와 돼지 혐오자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