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 4

첼로(2)

by 박종규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은 직삼각형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리저리 응용하다가 분수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에서만큼은 신이나 다름없었던 피타고라스조차 모르는 수가 존재한다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르면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을 각각 제곱하여 더한 값은 나머지 한 면(빗면)의 길이의 제곱과 같다. 예를 들어 주사위의 모서리 길이를 1이라고 하면 대각선의 길이는 '자기 자신을 제곱했을 때 2가 되는 수'이다. 그러므로 1의 제곱은 1이고, 2의 제곱은 4이니, 1과 2 사이에 있는 수일 것이다.

바빌로니아의 수학자들은 이 값을 계산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서판에는 60진수를 사용한 다음의 수식이 서판에 기록되어 있다. 1+24/16+51/60(2)+10/60(3)=30,547/21,600 이것을 십진 표기법으로 쓰면 1.414221296296....이며, 끝자리 수 296은 무한히 반복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면 원주율(파이,π)은 '원주'를 원의 지름으로 나눈 비율인데, 실제 원주율은 무리수로서 소수점 아래 즉 3.1415926535897932… 로 끝없이 계속되지만 우리는 그 근삿값인 3.14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분수'로 '표현할 수 없는 길이'를 발견한 후, 당대의 수학자들은 무리수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2의 제곱근이 무리수라는 것은 2000년 전에 그리스에서 발견되었지만,π가 무리수란 것은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 요한 하인리히가 증명할 때까지 거의 3000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현대 수학에서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를 숫자로 쓰려면 무한대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리수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논리는 단 몇 줄로 충분하다. 이제 무리수는 '알 수 없는 대상'이 아니다. 그 표기법은 다음과 같다.


π=4x(1-1/3+1/5-1/7+1/9-....) 이 표기법이 발견된 후로 무리수는 모르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제 저자는 수학적 원리를 물리적 세계에 적용해 본다. 그리고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에 무리수가 존재한다면 공간은 무한히 분할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연속적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질관은 중세 르네상스 시대까지 과학계의 정설로 통용되었다. 뉴턴의 시대 이후로 모든 만물이 유한한 크기의 최소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과학계에 퍼지지 시작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질관에 최초로 아의를 제기한 사람은 뉴턴과 동시대에 살았던 로버트 보일이었다.

뉴턴은 '모든 만물이 유한한 크기의 최소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보일의 물질관에 동의했지만, 그가 개발한 미적분학은 '무한정 분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러나 뉴턴은 시공간은 무한히 분할할 수 있지만 물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의 이론이 큰 물체나 중간 크기의 물체에 잘 맞는다면 아주 작은 물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자가 더 이상 최소 단위가 아니라는 것이 발견된 이후 뉴턴의 법칙은 원자 아래의 세계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1920년대 말에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본 단위를 모두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모든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을 적절한 개수만큼 섞으면 주기율표에 등록된 모든 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당시 과학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면서 이 정식마저 힘을 잃게 되었다. 1932년에 영국의 물리학자 폰 디렉은 '반물질 antimatter'이라는 신비한 물질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견했고, 그다음 해 칼텍의 칼 앤더슨이 안개상자를 이용하여 반물질을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불확정성의 원리로 유명한 양자역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의 저서에 "현대 물리학은 많은 면에서 플라톤의 우주관과 일맥상통한다. 물질의 최소 단위는 물리적 객체가 아니라 오직 수학을 통해서 표현되는 하나의 형태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플라톤이 물의 최소 단위로 제안했던 정십이면체와 불의 최소 단위인 정사면체는 SU(3)이라는 이상한 대칭군으로 대치되었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당신은 정말 기초 과학의 지식이 튼튼한 독자이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분들은 다시 천천히 검색을 하면서 책 본문이나 이 에세이를 다시 읽기를 바란다. 이 스토리에 현대 과학의 중요한 한 장면, 장면이 재현된다.


저자는 하이젠베르크의 이 명제를 오히려 수학과 물리적 대상이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로 이해한다. 보통 사람들은 기본 입자가 수학적 객체나 단위로 표현되면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개념적 수치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입자는 수치보다 당구공이나 파동에 비유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우리가 주변 세계와 접촉할 수 없다는 그것을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8차원 대칭을 가진 물체를 추상적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그것을 이미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하학적 도형은 하나의 대칭군에 따라 여러 물리적 객체와 대응한다. 기하학적 입방체는 실제 주사위의 구조와 대응한다. 정육면체를 회전시키는 데는 역학적으로 24가지가 가능한데, 이는 동시에 정육면체의 긴 대각선 네 개의 순서를 바꾸는 변환에 해당한다. 정육면체의 기하학적 대칭군 즉 S(4)는 두 개의 기하학적 도형을 통해 3차원에서 구현된다. 이와 비슷하게 S(3) 대칭군은 모든 기본 입자를 적절히 나열한 기하학적 도형의 대칭을 나타내는 대칭군에 속한다. 이 패턴을 찾아낸 물리학자가 바로 머리 겔만과 유발 니만이었다.


기존에 발견된 입자들 중 양성자와 중성자, 람다 입자와 시그마 입자, 크시 입자는 SU(3)의 8차원 대칭에 잘 부합되었지만, 여기에 케이론과 파이온이 누락되어 있다. 겔만은 1961년 초에 누락된 입자의 존재를 예견했고 몇 달 후 버클리의 물리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에타 입자를 발견했다. 1962년 겔먼과 니만이 참석한 학술회장에서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CERN)의 연구원들이 세개의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자, 그들은 연필을 꺼내 각자의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 입자들을 격자에 끼워 맞추었더니 SU(3)군이 적용되는 또 다른 도형이 10차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말하는 8차원이나 10차원의 도형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물리학자들이 누락된 세 가지 입자가 다른 층의 모든 입자를 구성하는 궁극적 기본 단위일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입자는 이제까지 발견된 입자와는 성질이 전혀 달랐다. 기본적으로 모든 입자는 양성자나 전자의 전하의 정수 배여야 했다. 그러나 그 입자의 전하는 양성자의 2/3이거나, -1/3이 되어야 했다. 이 당시의 상황은 마치 피타고라스가 모든 만물이 정수로 표현된다고 믿었다가 정수가 아닌 분수를 발견했고, 정수와 분수가 전부라고 생각했다가 무리수와 마주친 것과 유사했다.

겔만은 처음에는 분수전하에 회의적이었다가 몇 주 후에는 서버의 아이디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자신이 진행 중인 연구를 '쿼크 kworks'라고 불렀다. 이것은 그가 '작고 흥미로운 것'을 칭할 때 즐겨 쓰던 은어였는데, 서버도 희한한 입자를 표현하는 데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 겔만은 제임스 조이스의 실험적 소설 [피네간의 경야: 무의식의 흐름을 표현한 난해한 심리소설]에 나오는 한 구절 즉 "마크 대왕에게 세 번의 쿼크를!(Three quarks for muster Marks!)"에서 자신이 만든 신조어 쿼크와 발음도 비슷하고, 3이란 숫자도 거명되어 있기에 이 단어 quark를 물질의 최소 단위로 사용하기로 했다.

너무 길어지고 어려워지니 이제 저자가 이 장에서 내리는 결론 부분으로 넘어가자. 그는 입자 물리학의 현주소와 입자 물리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좀 더 실감 나게 접하기 위해 쿼크의 마지막 퍼즐을 푸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미국의 멜리사 프랭클린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의 페르미연구소에서 톰워크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체로 과학적 발견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우연히 발견하고 '유레카'라고 외치는 게 아니다. 과학자들은 대규모 실험을 하고 입자의 증거를 수집, 분석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렸을 때 비로소 새로운 입자의 존재를 '아주 조심스럽게' 선언한다.

저자는 그녀와의 대화를 정리하고 다음의 장으로 넘어간다. 그 핵심만을 살펴보자. "프랭클린: 단추 하나만 누르면 무엇이든 알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그걸 사용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나: 단수 하나를 눌러서 제가 연구해 온 모든 수학 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것입니다. 그 정도면 남는 장사죠. 프랭클린: 그래요? 저는 생각이 다른데... 나: 왜요? 프랭클린: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요. 그 단추가 완벽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얼마든지 누를 거예요. 하지만 과학의 경우에는 다르죠. 과학적 지식을 얻으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흥미롭지요. 과학의 단추는 작동 원리가 아주 복잡해요."


우리는 한 알만 먹으면 만병통치가 되는 알약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낮음에도 한 번쯤 그 복권을 사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의사나 변호사란 단기간의 신분 상승을 꿈꾸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종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한 단계씩 성실하게 노력하고 결론을 성급하게 일반화하지 않는 탐구자들이 있는 한 사회는 건강함을 유지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