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한 덩어리(1)
우라늄은 누구나 알다시피 방사성 물질이다. 대개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라늄은 인공물이 아닌 천연 원소이며 책상 위에 장식품으로 진열해도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소량의 우라늄은 인터넷으로 구입도 가능하고, 단지 '먹지 말아'는 경고문만 붙여져 있다. 또한 '우라늄은 1분당 766회 비율로 복사를 방출한다'는 경고문도 적혀있다. 이는 알파 입자(헬륨 원자의 핵)와 베타 입자(전자), 감마선(고에너지 광자)이 수시로 방출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의 입자가 정확히 '언제' 방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통용되는 양자 물리학의 법칙에 의하면 이것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지식'에 속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그 어떤 이론을 동원해도 우라늄에서 복사가 방출되는 정확한 시간을 알아낼 수는 없다. 저자는 뉴턴의 결정론적 우주관에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런 현상에 대한 새로운 물리학적 혁명을 소개한다. 결정론적 구조 속에서는 복사의 시점은 예측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왜 예측할 수 없을까? 하이젠베르크, 슈뢰딩어, 닐스 보어, 아인슈타인이 주도한 새로운 물리학적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결정론이 아니라 '무작위성'이란 것이다.
저자는 무작위성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과학 역사상 가장 어려우면서 우리의 직관과 가장 동떨어진 양자 물리학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과연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 조차 설영하기 어려운 이 양자역학을 일반인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양자 물리학이 옳다면 과학이 끝난 것과 다름없다."라는 말을 남겼고, 슈뢰딩어는 "내가 이런 이론에 일조했다는 것이 후회스럽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물리학은 20세기 과학이 이룬 최고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는 자신이 가진 우라늄 덩어리에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충분히 흐르면 우라늄의 방사성 붕괴율이 거의 일정해지면서 '평균적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주사위를 던졌을 때 6이 나올 확률이 1/6이라는 것을 미리 아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주사위는 충분한 데이터가 주어지면 특정 시기에 나올 눈금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우라늄이 알파 입자를 언제 방출할지는 알 길이 없다고 한다. 입자의 방출은 완전히 무작위로 일어난다. 그러므로 정확한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양자 물리학은 참으로 불편한 이론이다.
양자 혁명은 과학자들이 빛의 속성을 이해하면서 시작되었다.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뉴턴은 1704에 출간한 [광학]에서 빛을 입자로 묘사했다. 그러나 뉴턴의 경쟁자들은 빛을 파동으로 간주해야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물리학자 토마스 영은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 '을 통해 빛이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1860년대 초 빛의 속도가 파동설에 기초한 제임스 클러트 맥스웰의 전자기 복사 이론에서 예견된 값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자설은 더 이상 발버틸 곳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두 가지의 실험에서 빛이 일종의 '덩어리'처럼 거동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190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용광로에서 방출되는 복사의 진동수 분포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던 중 빛의 파동설에 기초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관측 결과를 재현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플랑크의 이론에는 연속적 거동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복사 에너지가 증가하면 '양자 점프(quantum jump: 양자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흡수 또는 방출되는 현상이다. 전자가 원자 내부에서 불연속적으로 궤도를 도약하는 현상)'가 일어난다.
19세기말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우주가 매끈한 연속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플랑크의 가설이 옳다면 우주는 불연속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된다. 예를 들어 첼로를 연주할 때 활에 서서히 힘을 가해 소리가 점저 커지면 듣는 사람은 음량이 연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느끼겠지만, 사실은 매 순간 '점프'가 일어나면서 소리가 커진 것이다. 다만 점프를 일으키는 간격이 너무 작아서 마치 연속적인 것처럼 변한 것처럼 느낀 것이다. 전자기 복사의 진동수를 v라고 했을 때 에너지는 h x v가 된다. 플랑크의 이론 이후 젊은 아인슈타인은 빛의 입자설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하나의 이론을 발표했다. 빛은 h x v라는 에너지를 갖는 작은 입자의 집합이었다.
당시 물리학계에서는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금속 등의 물질이 한계 진동수보다 큰 진동수를 가진 전자기파를 흡수했을 때 전자를 내보내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였는데,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도입하면 이 현상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1905년 그는 이 효과에 대한 이론을 발표한 논문과 함께 상대성 이론과 원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브라운 운동 이론을 함께 발표하여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주장했던 것처럼 전자기 복사(또는 빛)를 파동 대신 '총에서 발사된 작은 당구공'으로 간주할 것을 제안하였다. 처음에 이 당구공을 '광양자'로 불렀으나, 1920년대 중반에 '광자'로 이릉을 바꾸었다.
이제 서서히 독자는 집중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이번 편에는 마지막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소개하고 마치도록 하겠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파동역학의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Schrödinger equation:비상대론적 양자역학적 계의 시간에 따른 진화를 나타내는 선형 편미분 방정식)을 발견하였다. 양자 물리학의 근간인 이 방정식은 뉴턴의 운동 방정식 못지않게 결정론적이었다. 그러나 입자를 관측하여 고전적인 정보를 끄집어내려고 하면 그때부터 확률과 불확정성 등 비결정론적 모습이 드러난다.
슈뢰딩거 자신은 비결정론적인 양자 역학에 불만을 품었고, 양자 역학이 가진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 실험을 제안했으나,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난 끝에 본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양자 역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사고 실험으로서 이름을 알려버리고 말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은 어떤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고 계수기와 망치가 연결되어 계수기가 방사선을 감지하면 망치가 상자 안에 있는 병을 깨트려 병 안에 들어있는 독성 물질이 흘러나오며, 이 상자를 열기 전에는 안에 있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로 공존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렇듯 양자 역학은 논리적으로는 모순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재하는 미세한 세계(아원자적 미립자)의 구조적 비연속성을 설명하는 원리로 인정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