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 7

잘라낸 우주(1)

by 박종규

저자는 이번 장을 다음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현실 세계에도 무한대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앞 장에서 이미 거론한 것처럼 물리학의 차원에서 주사위를 아무리 작은 조각으로 잘라내어도 쿼크에 도달하면 더 이상 그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공간조차도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정 분할할 수는 없다. 즉 빈 공간에도 무한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빈 공간에서는 언제든지 양자요동이 일어날 수 있다. 저자는 무한대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면 미시세계가 아닌 거시세계로 시야를 돌리기를 제안한다.


진공 상태에서 주사위를 던지면 한참을 날아간 후 출발점으로 되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우주의 경계면에 부딪혀 튕겨 나올 것인가? 아니면 한 방향으로 영원히 날아갈 것인가? 우주는 유한한가? 무한한가? 저자는 이 물음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왜 그런가?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모든 별이 천구에 고정되어 있고 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5세기에 와서 천문학자들은 비로소 "우주는 천구를 넘어서 무한히 먼 곳까지 뻗어 있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우주가 무한하기 때문에 어떤 점이든 중심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탈리아의 도미니크회 수사였던 조르다노 부르노는 이 사상을 이어받아 [무한한 우주와 이 세계에 대해서]란 책을 집필했다. 그 안에는 "우주는 단 하나뿐이고 무한하며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주는 끝없이 무한하기에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고 결정된 것이 없기에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라고 쓰여있다.


당시 로마 가톨릭이 지배하던 서양사회에서 '신에 의해 이 세계가 유한한 것으로 결정되어 있고,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지구의 중심은 인간이고 그 인간의 중심은 바로 창조주 신이다'라는 세계관과 일치하지 않는 모든 주장이나 학설은 이단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므로 1600년 2월 17일 부르노는 로마에서 공개적으로 화형에 처해졌다. 과거에 인류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면서 지구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만약 우주를 이처럼 항해할 수 있다면 우주가 유한한 지 무한한지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우주의 끝까지 항해할 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17세기의 과학자들은 항해를 대신해 줄 기적의 도구를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망원경 특히 천체망원경이었다. 이 망원경의 최초 발명자는 갈릴레오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주인공은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인 한스 리퍼세이였다. 이 원리를 이해한 갈릴레오는 배율이 33배에 해당하는 망원경을 제작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 망원경을 이용하여 그는 목성의 위성과 태양의 흑점을 발견했고, 흑점이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흑점이 움직인다는 것은 태양이 자전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런 발견은 코페르니쿠스의 태양계 모형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는 중세적 우주론을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근대적 우주론으로 변화시켰다. 그 이후 이런 혁신적 세계관이나 패러다임의 변화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불리었고, 철학에서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제시된 인식론이 바로 그런 전환으로 비유되었다. 칸트는 시간과 공간이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는 실재가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한 인식의 가능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보는 현상계는 우리의 주관이 구성한 세계라는 비상식적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철학자들이 칸트가 말한 구성설에 주목하고 있을 때, 천문학자들은 더 발전된 망원경에서 발견된 행성들과 수학적으로 계산된 항성 지도를 근거로 새로운 우주 모형을 그리고 있었다. 저자는 행성을 발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행운'과 '논리'다. 천체망원경은 지금도 수시로 지구 멀리서 빛나는 희미한 행성들과 은하들을 발견한다. 새로운 발견은 발견자의 이름을 그것에 붙일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전파망원경에 잡힌 별들의 수많은 파동을 바탕으로 천체수학적 계산을 통하여 새로운 성운이나 성단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난 데에는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1929년 당시의 망원경을 통해서 발견한 사실을 근거로 은하의 별들이 지구와 멀어지는 속도가 은하 간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허블의 이 법칙은 빅뱅 이론의 기초가 된 <우주팽창설>이 정식으로 천문학 이론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1990년에 지구 저궤도로 발사된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붙인 허블 우주망원경이 더 많은 별들의 정보를 인간에게 주었고, 2021년 12월 25일 가이나 쿠루에서 아리안 5 로켓에 실려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2022년 1월에 태양-지구 L2에 안착하였다.

저자는 잘라낸 우주(2)의 첫 부분에서 11세기 페르시아의 천문학자이자 시인인 오마르 하이얌이 쓴 시집 [루비이야트]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왜 그는 이 시를 먼저 인용하였을까?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과 밖, 위와 아래에서 우리의 삶은 태양을 촛불 삼아 진행되는 상자 속의 그림자 연극일 뿐 유령 같은 인간들이 오가는 연극일 뿐" 그리고 16세기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그의 희곡 [당신 뜻대로]에서 이와 비슷한 대사를 반복한다. "이 세상은 연극 무대, 세상 모든 남녀는 단지 배우일 뿐. 무대에 등장하고 그리고 퇴장하지요, 인간은 살아생전에 여러 역을 맡는데, 나이에 따라 일곱 개의 역할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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