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1)
이제 저자는 우주의 기원에 관한 물음에서 시간의 본질에 관한 물음으로 전환한다. 스티븐 호킹은 그의 대중적인 과학서 [시간의 역사]에서 빅뱅이란 특이점 이후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 이후 물리학자들은 과연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만약 그것이 과학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을 것이다. 창조의 순간을 논의하는 것과 시간의 기원을 논의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신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물리학 이론 특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좌표 세트로 엮어있기 때문에 공간이 있어야 시간도 흐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둘 중 하나를 따로 창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시공이 빅뱅과 더불어 탄생했다면 '빅뱅 이전'이란 말은 의미를 상실한다. 그러나 우주론 학자들 중에 시간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시간의 의미를 추적하려면 몹시 황당한 아이디어 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을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지극히 수학적인 행동이다. 우리는 행성의 움직임이나 계절의 변화, 흔들이는 진자, 또는 원자의 진동을 통하여 시간을 측정한다. 19세기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하는 "시간이란 사물의 변화가 반영된 추상적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1.5000년 전에 구석기인이 그린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볼 수 있듯이 고대인들은 그 그림을 통하여 사냥철을 알리는 표식을 후세에 전달하려 했다. 고대인들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사건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그 후로 1967년까지 태양과 달, 별의 주기는 인간에게 시간의 척도를 제공해 왔다. 흥미로운 것은 자연 현상을 기준으로 1년과 한 달, 하루의 길이를 정한 반면, 하루를 세분화한 시, 분, 초의 단위는 자연 현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고대 바빌로니아인과 이집트인이 하루를 24시간으로, 1시간을 60분으로 나눈 것은 순전히 계산의 편의를 위한 선택이었다. 24와 60은 다른 수보다 약수가 많기에 편리하다. 그 후 나폴레옹은 전통적인 십진법을 시간에 도입하여 일주일을 10일로, 하루를 10시간으로 수정했으나, 다른 국가와 정보를 교환하면서 극도의 혼란을 겪다가 2년 만에 다시 7일/24시간으로 돌아왔다.
1967년 이후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인 '초'는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 이전까지 지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를 통해 정의된 초 단위를 사용했는데, 값이 수시로 변해서 시간의 기본 단위로 적절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거의 6억 년 전에는 지구의 자전 주기가 22시간이었고, 공전 주기는 거의 400일에 가까웠다. 아 사실을 알고 있던 도량형 학자들은 1967년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시간의 척도를 우주에서 찾는 대신 운동이 한결같은 원자에서 찾기로 한 것이다.
이때 제정된 1초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절대 온도 0K에서 세슘 원자(Cs-133)가 바닥상태의 초미세 준위 사이에서 전이할 때 방출되는 복사(전자기파)의 주기의 9,192,631,770배를 1초로 정의한다." 그러나 수학자인 저자가 보기에 이 정의 역시 참으로 황당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한 속도로 가는 시계를 만들었다고 해서 시간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190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시계를 보며 느끼는 시간이 기존의 생각보다 훨씬 유동적 개념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시간의 동시성까지 고려하면 '절대적인 시간'은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취리히 공과대학교에서 아인슈타인을 가르쳤던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접하는 순간, 50년 전에 독일의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이 개발해 놓은 고차원 기하학이 특수 상대성 이론과 찰떡궁합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시간 t1에 공간(x1, y1, z1)에서 일어난 사건과 시간 t2에 공간(x2, y2, z2)에서 일어난 사건 사이의 거리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루트 이하 (x1-x2) 자승+(y1-y2) 자승+(z1+z2)-c2(t1-t2) 자승]으로 공식화된다. 앞의 세 항은 공간상의 거리이고, 마지막 항은 시간상의 거리에 해당한다. 대개 독자들은 공간 거리와 시간 거리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코프스키는 '합'이 아닌 '차이'를 두 사건 사이의 거리로 생각했다. 이제 새로운 기하학에서 우주는 시간을 따라 흐르는 3차원 공간이 아니라 시공간이라고 부르는 4차원 공간이며, 시공간의 한 점은 공간 좌표 3개와 시간 좌표 1개를 엮은 (x, y, z, t)로 정의된다.
독자들은 저자가 설명하는 기하학 방정식을 이해하는 데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사실 현대 물리학이나 수학은 다른 전공의 대학 졸업자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좀 더 일반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과연 시간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만약 공간에 형태가 있는 것처럼 시간에도 형태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대체로 사람들은 '직선'이라고 답할 것이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흐르는 직선과 같은 모습으로 연상된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 이후 공간이 질량에 의해 굽어질 수도 있기에 시간을 측정하는 직진하는 빛은 휘어진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일종의 곡선이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이미 이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