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책들
베다-계시의 텍스트, 우리는 통상 근동에서 발생한 3대 종교 즉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계시 종교로 일컫는다. 그러나 힌두이즘 역시 계시의 종교이다. 단지 유일신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리고 힌두이즘은 범신론 혹은 만유재신, 다신론, 이신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계시란 말 역시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힌두이즘의 중요 경전인 베다(Veda)는 계시된 [신성한 진리]라는 말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베다는 지식을 의미한다. 힌두 현자들은 이 진리를 신성하다고 여기고 오랫동안 이를 글로 옮기지 않았다. 그들은 주로 구두 전승을 통하여 자격을 갖춘 제자에게 말로 전수해 주었다. 현자들은 금욕 수행의 실천을 통해 얻어지는 비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금욕은 다름 아닌 에너지의 보존이었다. 고대 인디아의 현자들은 감각적 충동이나 성욕을 해소하는 행위를 통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금욕 생활을 통해 기억력과 같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에너지로 사용하였다.
금욕의 또 다른 이익은 오래 사는 것과 다라나 샥티, 즉 '경전의 보다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런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현자들은 수많은 '베다의 진리'를 기억할 수 있었다. 제자들 역시 읽는 것이 아니라 들으면서 배웠기 때문에 이 진리들은 슈루티(듣기)로 알려지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향교에서는 학생들이 경전을 소리 높여 읽으면서 암송하였는데, 눈으로 문자를 기억하는 것과 소리로 음성을 기억하는 것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을 것이다.
초기의 아리아인들은 통일되거나 동질적인 민족이 아니었다. 마치 유럽인들에게 수많은 게르만족들이 있듯이, 이들에게도 수많은 아리아 종족들이 있었다. 일부 종족들은 신성한 초감각적 진리를 경험한 현자들을 갖는 행운을 누렸다. 이러한 현자들 혹은 성자들은 리쉬 혹은 '보는 자'로 불리었다. 그들이 정화된 마음으로 이러한 진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힌두이즘의 맥락에서 이들은 이번 생에서 직접 신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힌두의 전통은 로마 가톨릭이 하듯이 사후 시성식을 통해 성인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베다의 진리를 모아 하나로 통합할 필요성이 생겼을 것이다. 아마 문자의 발명과 더불어 이 진리들 역시 문자로 보존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현자 크리슈나 드바이파야나는 서로 다른 존재의 진리를 모아 그것을 베다라는 책 속에 기록했다. 베다는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리그-베다>, <샤마-베다>, <야쥬르-베다> 그리고 <아타르바-베다>가 그것이다. <리그-베다>는 산스크리트어의 고문체로 써졌는데 이는 베딕, 대략 베딕 산스크리트어로 불린다. 그를 기념하여 힌두인들은 '베다 비아사(편집자)'라고 호명된 그의 생일을 구루 푸르니마-구루(선생)의 날-이라고 부르며 매년 기념하고 있다.
베다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모든 존재와 모든 사물이 신성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고대 희랍의 초기 자연철학자들이 사고한 것과 비슷하다. 베다에는 매우 중요한 네 가지 문장이 있다. 그것은 마하바키아, 혹은 '위대한 문장들'이라 불린다. 1. 아함 브라흐마시미-나는 브라흐만(신)이다. 2. 타트 탐 아시-당신은 그것(브라흐만)이다. 3. 아얌 아트마 브라흐마-이 내재하는 자아는 브라흐만이다. 4. 프라즈나남 브라흐마-최상의 지식은 브라흐만이다.
저자는 다음의 예로서 모든 브라흐만이 편재하며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한다. 100와트짜리 전구 4개가 있다고 하자. 처음 것에는 종이 한 장, 두 번째 것에는 종이 두 장, 세 번째 것에는 종이 세 장 그리고 네 번째 것에는 아무 종이도 없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전기를 넣으면 빛의 밝기가 다 동일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각의 전구에 똑같은 양의 불빛이 있다. 마찬가지로 신도 모든 곳에 똑같이 존재하지만 똑같이 현시되는 것은 아니다. 신의 현현은 화신과 영적을 깨어난 영혼에게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바위와 같은 무생물에게 가장 약하게 나타난다.
과연 이 비유가 타당할까? 아마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에게 물어보면 그것은 인간 중심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신석기적 사고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단정하기는 이르다. 우선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베다는 [우파니샤드]라고 하는 고도의 철학적 담론을 포함하고 있다. 우파니샤드는 베단타(지식의 극치 혹은 절정)이라 불린다. 108개의 우파니샤드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이샤, 케냐, 문다카, 만두키아 등이다. 그리고 힌두 경전은 네 가지 범주로 구분되는데 베다와 스므리티, 다르샤나, 탄트라이고, 스므리티는 법전과 서사시로 그리고 이 서사시는 라마이나와 마하바라타에서 최종적으로 [바가바드 기타]라는 경전으로 집약된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널리 읽히고 연구되는 책은 [우파니샤드[와 [바가바드 기타]이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 해설서가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힌두이즘 경전의 보다 깊은 진리는 아주 어렵고 난해하다. 이를 보다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디아의 현자는 [푸라나]라 불리는 특별한 종교 문학을 창시했다. 오늘날에는 모두 열여덟 개의 푸라나가 존재하는 데, 힌두인에게 널리 애송되고 읽히는 것은 [라마나야]와 [마하바라타]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되었듯이 마하바라타 안에 포함된 가장 인기 있는 경전이 바로 [바가바드 기타]이다.
이 책은 신성한 화신 슈리 크리슈나와 이리아인 왕자 아르주나의 대화를 내용으로 한다. 제자의 물음에 대한 스승의 대답은 수많은 영적 가르침을 제시한다. 힌두이즘은 베다의 계율과 함께 [탄트라]라 불리는 또 다른 계율을 갖고 있다. 탄트라에 의하면 신은 남성적 원칙과 여성적 원칙 양자로 간주되는데, 이는 쉬바와 샥티라고 불린다. 저자는 이 둘을 현대과학의 용어로 쉬바는 위치에너지이고 샥티는 운동에너지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둘의 관계는 불과 불의 태우는 힘의 관계와 같다. 둘은 분리될 수 없고 항상 하나이다. 이 정도로 힌두이즘의 경전에 대한 소개는 마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