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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이즘 이해하기 5

by 박종규

시작부터 힌두이즘은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문명의 초기 단계에서 힌두이즘의 선조들은 다신교를 믿었다. 땅, 물, 바람, 하늘, 태양, 밤, 새벽, 번개-이 모든 것이 신격화되어 신으로 경배되었다. 물론 대부분 세계 종교의 기원 역시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신성화로 시작한다. 그러나 베다 송가에 의해 찬양되면서 이 신들은 각각 '최고의 신', '모든 신의 제왕', '우주의 창조자'로 불리게 되었다. 독일의 인도학자 막스 뮐러에 따르면, 힌두인들의 초기 선조는 다신교가 아니라 '단일신교(henotheistic)' 주의자였다고 한다.


인도-아리아인은 마음속에서 점차 이러한 다신성 뒤에 있는 어떤 공통적 배경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사디야 송가 혹은 <리그베다>의 '창조 송가'는 전체 세계가 진화해 온 유일한 근간이자 극도의 추상적인 원칙으로서 '그것(THAT)'에 대한 시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원칙은 '순수의식' 혹은 '순수정신'이다. 이것은 서양 철학의 근간인 희랍의 자연 철학과는 전혀 다른 출발점을 가진다. 오히려 그 후에 나타난 플라톤적 사유와 비슷하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세계 너머에 있고 다양성의 세계 너머에 있으며 보통 인간의 마음으로는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그 원칙은 창조가 행해질 때 신도, 인간도, 다른 그 무엇도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빅뱅 이전을 인간이 관찰하거나 추론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 '유일한 일자(One the Only)'의 원리에서 '다(Many)'의 세계가 진화되었다. 모든 것의 유일한 원인은 '유일한 일자 신(the One and Only God)'은 베다 산스크리트어에서 브라흐만(Brahman)이라고 불렀다.


베다에는 '에캄 사드 비프라 바후다 다단티-일자는 홀로 존재하고 현자는 이를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신의 일자임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힌두이즘의 포용성과 관용성을 굳건한 토대를 구성한다. 종교 화합 사상은 힌두이즘의 근본 요소이다. 가장 배타적인 계시 종교로 보이는 유대교 역시 유일신에 대한 다양한 이름(엘로힘, 여호와, 엘샤다이....)들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것과 힌두이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만일 창조 이전에 누가 있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곳에는 창조자 혹은 신만 있었다고 대답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창조 이전에 신과 같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힌두이즘에서는 신은 창조 이전에 초월적 존재 상태로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초월적'이란 단어는 신의 존재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과의 너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초월적 존재 상태의 신을 니르구마 브라흐만, 최고의 정신 혹은 비인격적이고 비속성적인 신이라고 한다.


초월적 신의 이러한 비인격적 상태는 마치 서구의 부정신학(否定神學: 무한한, 제한되지 않은 신에 대한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정의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신의 본질을 인식하려는 기독교 신학)과도 유사하다. 독일의 대표적인 신비주의 사상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역시 신을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며, 신을 규정하는 대신 신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통해 신의 본성에 접근하려는 신학적 방법을 택했다. 사실 신의 존재는 신이란 언어를 이미 넘어서 있다. 그렇다고 힌두이즘에 인격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힌두이즘에서는 인격신을 사구나 브라흐만 혹은 이슈바라라고 부른다. 유한한 인간의 관점에서 그는 이 세계의 창시자이다. 그는 단순한 자신의 의지로써 다양한 우주를 통해 자신을 현시한다. 그는 자신의 신성한 마법인 마야를 통해 세상의 선과 악을 창조했다. 비록 모든 세계는 그의 안에 있지만, 그는 그 세계의 선과 악의 너머에 있다. 아슈바라는 창조자이자 동시에 보존자이며 파괴자이기도 하다. 창조, 보존, 파괴는 이 세계에서 함께 협력하고 있다.


이슈바라는 기본적인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 세 양상의 신은 각각 브라흐만(창조신), 비슈누(보존신), 쉬바(파괴신)라고 부른다. 이는 마치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와 외관상 비슷하다. 그러나 그 내용과 또 다른 다신론의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힌두이즘은 기독교와 전혀 다르다. 힌두이즘에 근거를 둔 불교 역시 초월적 신이란 개념 대신에 보다 인격적인 부처의 몸(身)을 세 가지 양상,법신(法身),보신(報身), 화신(化身)으로 구분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탈신화한 힌두이즘으로 볼 수 있다. 혹시 인도-유럽어족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삼분법적 논리가 헬레니즘을 통해 기독교에, 그리고 힌두이즘을 통해 불교에 유입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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