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아프다고 말해야 할까.
꼭 외롭다고 호소해야 할까.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한데,
나는 지금 너무 만족스러운데.
비록 범불안장애 약을 먹고,
2주에 한 번씩 상담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조차 만족해.
내가 나아지려고 하는 노력이잖아.
전혀 부끄럽지 않아.
오히려 나를 칭찬해.
나는 제대로 살기 위해 언제나 내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했어.
끝이 없던, 정말 너무 컴컴한 밤.
스스로를 상처 내며 짐승처럼 울부짖던
수많은 밤을 딛고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지.
상처투성이에 너덜한 거적때기만 입고, 웅크려 앉아 울던 그 아이를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해.
가엽고 가엽어 한참을 소리 없이 바라만 봤어. 안아줄 수조차 없었지.
곧 부서질 것만 같았거든.
그 아이가 이제는 행복하다고 해.
상처는 흉이 져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있더라도, 그래도 괜찮다고 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았기에,
또다시 좌절이 찾아와도 그건 실패가 아닌 시련일 뿐, 일어설 수 있다고.
나를 보고 웃으며 말을 해.
이제는 그 아이를 안아줄 수 있어.
부서지지 않을 거 같거든.
힘들어도 돼.
아파도 돼.
괜찮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았으니까. 앞으로도 꼭 그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