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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리아 Mar 23. 2022

응, 알고 있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말이 참 많은 아이였어. 마음을 준 상대라면 누구도 가리지 않고, 주절주절 끝도 없이 쏟아냈지. 뇌를 거치지 않고 뱉어내는 언어는 감정이기도 했고, 한탄이기도 했고, 자아이기도 했어. 그리고 가끔 아무것도 아니기도 했지. 그래서 정말 가까운 친구들은 내가 말을 하면 하는 대로 그냥 둬. 딱히 호응도 하지 않지. 아무 반응도 없는 상대를 앞에 두고도 나는 멈추지 않고 말을 해. 듣던지 말던지가 아니라, 대답이 없어도 듣고는 있을 거라는 믿음 하에. 섭섭하거나 외롭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겁나 섭섭하고 엄청 외로워!! 어느 누가 묵언을 좋아하겠어. 심지어 자신의 말에 대한 보답이 묵언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 없지. 사실 오히려 고마울 때가 더 많아. 지겹고 재미없고 질척이는 내 이야기를 자르지 않고 혼자라도 떠들 수 있게 해 줘서 말이야.


그리고 정말 믿어. 아무런 반응을 해주지 않더라도 너희는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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