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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리아 Mar 28. 2022

천편일률, 아니 무궁무진.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요즘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상대는 나와 MBTI를 공유한 후 서로를 탐색하거나 친밀감을 느낀다. 이처럼 MBTI가 유행이다. 예능'놀면 뭐 하니'에서조차 주제로 선정해 방송할 정도다.

나의 MBTI는 INFP와 INFJ에서 갈팡질팡한다. 어떤 날은 p고 어떤 날은 J다. 도대체 나의 성향은 정확히 무엇일까 의문이다. 심지어 30대 초반까진 ENFP였다.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내가 나를 알기 어려워하는 건 나의 정체성이 변덕스러워서인 건가.

나는 도무지 나를 모르겠다. 어느 날은 대충 낙관의 끝을 달리며 살다가 어느 날은 불안의 정점에서 계획과 체계를 세우며 산다. 내 안에는 P와 J가 공존한다.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눈에 보이는 아무 샵에나 들어가 커트를 하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중요도에 따라 계획 있게 처리한다.

이건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닐 것이다. 사람은 모두 다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어쩌면 MBTI의 유행은, 무수한 시각 정보와 천편일률적인 사고방식이 넘치는 현 사회에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생긴 현상이 아닐까.

사람은 일괄되지 않다.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하는 존재다. 자신에 대한 정의는 스스로 내려야 하며 가치 역시 본인이 지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더 이상 틀에 박힌 MBTI 분석 따윈 필요 없다. 단 16가지 분석에 묶어두기에 우리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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