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 후드득 혹은 토도독.
창문을 열어 두고 듣고 있자니 비의 세기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가끔 땅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내 집 창문에 부딪혀 깨져버린 빗방울이 툭, 하고 외마디 소리만을 지른다.
비가 한껏 쏟아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집을 나섰다. 책 한 권, 노트와 펜 하나를 넣은 가방을 소중히 감싸 안았다.
우산 하나에 몸을 맡기고, 물웅덩이도 피하지 않고 철벅철벅 생각 없이 걸었다. 내 다리가 가고 싶다는 방향으로 그냥 걷게 두었다.
집에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오겠다 말하고 나왔지만, 딱히 커피가 간절하지 않았다. 그냥 온전히 혼자 비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절실했다.
감정은 슬펐고, 눈물이 차오르는데 그곳에서는 울 수 없었으니까.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울 수 있으니까, 서둘러 벗어나야 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게 말하곤 한다.
내 앞에서 울어, 내 옆에서 울어,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되니까 제발 울어.
그 마음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는 혼자 우는 게 편하다.
물론 사람 앞에서 울 때도 있다. 아니, 많다. 울어야 할 때가 있고 혼자가 되기 전 참지 못하고 터져버린 눈물도 있고... 상황은 많다.
하지만 나는, 가장 슬플 때 가장 편하게 울고 싶었다.
커피숍을 찾아가던 길에 펍이 보였다. 역시 커피보단 술이 좋겠다는 생각에 가게로 들어갔다. 홀로 창가 자리에 앉아 생맥주를 시켰다. 한 잔, 두 잔, 세잔.
한 잔에 기분이 좋았고, 두 잔에 취기가 올랐으며, 세 잔에 눈물을 흘렸다.
가게 사람으로부터 등을 돌려 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곳의 사람들은 다들 취해 자기 이야기에 심취해 있었으므로, 이방인 같은 나 따위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참 다행이었다.
소리는 내지 않고 숨죽여 울었다.
턱을 괴고 앉아 창 밖의 비를 바라보며 내 눈에서 흐르는 것을 닦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냈다.
맥주 한 모금에 눈물 한 줄기, 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아, 예쁘다. 참 예쁜 시간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치며 현관에 들어섰다.
술 냄새 풍기며 들어왔다고 잔소리하는 엄마 품에 뛰어들어 애교를 부렸다. 엄마 아빠와 함께 거실에 앉아 몇 마디를 나누다가 조용히 침묵했다가, 그렇게 잠이 들었다.
아, 예쁘다. 참 예쁜 시간이었다.
당신의 생일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