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아침에 일을 나가며 오늘 케이크 같은 거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 생일에 선물은 안 받아도 케이크는 꼭 불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진 내가 쓸데없는 소리! 라며 일침을 날렸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현관문을 닫았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녀를 위한 작은 케이크를 샀다. 거실에 앉아 오매불망 그녀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지친 기색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부엌으로 향했다. 상자에서 작은 케이크를 꺼내어 초를 꽂아 불을 붙이고 생일 노래를 불렀다. 아침, 케이크 따위 필요 없다던, 일과 삶에 지쳐 표정을 잃어가던 그녀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생일 초는 꼭 불어야 한다고 했지?"
한껏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펴고 뿌듯해하는 내 머리를 그녀가 통통, 가볍게 쓰다듬었다. 고마워, 덕분에 행복하다. 그리 말했다.
오늘 그녀의 생일이다. 나는 매 년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그녀를 위한 케이크를 준비한다. 늘 행복하길 바란다는 소원과 함께 초를 분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생일 축하해. 언제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