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사리아 Aug 04. 2022

인간군상

 톰 삭스 전시회를 다녀왔다. 톰 삭스는 미국 출신 예술가로 30년 가까이 우주를 모티브로 <스페이스 프로그램> 시리즈를 제작한 사람이다. 한 시간 텀으로 관람 예약을 받으며 선착순 15명을 한정으로 아이디카드를 만들어 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1시로 예약하고 30분 일찍 도착했더니 운 좋게 선착순 안에 들었다. 무엇이 그리도 대단한 것인지 호기심이 생겨 발급을 신청했다.


 진행 방법은 이러했다. 우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영상을 시청하고 3층으로 올라가서 시험과 설문을 통과해야 한다. 영상을 기반으로 7개의 문제가 제출되었고 두 종류의 못을 한 움큼 쥐어 주며 제대로 분리하면 시험은 통과다. 그다음 설문이 시작되는데 정말 흥미로웠던 건 그때부터였다. 처음에는 우주에 관한 질문을 한다. 어느 행성에 가고 싶어서 이곳에 왔는지 등의 질문. 그리고 점차 심오해진다. ‘나’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가장 최근 자신을 위해 산 물건은 무엇인가요.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신발이요)

부모님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사랑해)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사랑해요)

그 말을 가장 최근 언제 하고, 언제 들었나요.

 (오늘 아침에요.)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따뜻한 사람이요.)

자신을 10점 만점의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7점이요.)


 처음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질문자의 목소리와 표정이 점점 달라졌다. 나에게 집중을 하고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따뜻하게 대화하듯 이야기를 나눴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다양한 대답을 듣겠지. 그 답들은 어떤 내용일까? 싱그러울까, 잔혹할까, 거짓일까, 진실일까, 슬플까, 즐거울까.

 

 낯선 곳에서 예상치 못한 나를 위한 질문은 사람을 어디까지 솔직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드러내며 살 수 있을까. 불현듯 나는 질문자의 자리에 앉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자아를 마주해보고 싶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의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