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내 슬픔을 외면하는 것이다. 어릴 적 나는 표현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을 거침이 없이 표현해 미움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슬픔에 인색해졌다. 가슴에 쌓이고 쌓여 넘치거나, 참지 못하고 터져버릴 때까지 오래도록 가슴에 묻어둔다.
반면에 타인의 슬픔에는 예민하다. 어째서인지 외면하기가 힘들다. 마치 내가 겪는 고통인 것처럼, 내 슬픔인 것 마냥 여실히 전해져 마음이 아린다.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왜 나의 슬픔은 외면한 채 타인의 감정에 동요되어 위로하고 보호하고 싶어지는 걸까. 타고나길 이타심 가득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리가.
‘나’를 위해서다.
타인에게 내 모습을 덧대어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그를 안아주며 내 마음을 감싸 안는다. 그를 보듬으며 내 감정을 쓸어내린다. 내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이자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방법. 그렇기에 타인을 외면하는 것은 내 슬픔을 외면하는 것보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