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인이 될 준비
개인짐을 보내고 월동연구대는 직무교육을 받는다. 남극에서 본인이 맡은 직무에 대해 며칠 동안 교육을 받는 것이다. 각 기지 총무님들은 일정을 사전에 배포하여 대원들과 일정을 맞춘 후, 각자 교육을 받을 장소로 이동한다. 생물대원은 인천 송도의 극지연구소와 서울 동문이엔티에서 1박 2일 동안 교육을 받는다. 해양대원은 극지연구소와 쇄빙선 아라온호에서, 전기대원과 발전대원은 포항에서 교육을 받는 등 전국 각지에서 남극인이 되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생물대원의 교육은 출국 약 한 달 반 전 2025년 9월 18-19일 인천과 서울에서 잡혔다. 그리고 미생물 생태팀으로부터 출국 이틀 전 연구소에서 추가 교육이 있었다. 난 9월 21일 철원에서 풀코스 마라톤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알맞게 직무교육이 잡혔다. 2025년 9월 18일 당일 아침 10시 교육은 시작됐다. 극지연구소에 도착하고 박사님 세 분이 나를 맞이해 주셨다. 교육을 책임지시는 책임연구원 한 분과 하계기간 장보고와 세종기지에 들어가실 예정인 박사님 한 분씩 계셨다. 여기에서 세종 생물대원과도 처음 인사를 나눴다. 각 기지에서 생물대원들이 수행해야 할 (방류) 수질검사와 모니터링, 외래종 모니터링, 해빙코어, 실험실과 기기 관리, 기타 연구 지원에 관한 이론적인 교육을 받았다.
각 기지의 수질검사는 생물대원들이 주 1회 주기적으로 해야 할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장보고 기지에서는 해수를 담수화해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오수처리기를 거쳐 여러 생물학적, 화학적으로 오수를 처리하여 바다로 방류한다. 세종기지에서는 현대호라는 호수의 물을 끌어와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황이 좀 다르다. 방류 직전의 물을 채수하여 10가지의 화학적, 생화학적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실질적으로 오수처리기를 관리를 담당하는 기계설비대원들과 협업하여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고민하고 조치를 취한다.
남극 환경에 관한 당부를 끝으로 추가적인 교육은 앞으로 한 달 뒤에 있을 소양교육과 입남극 후 기지에서 인수인계 때 자세히 받기로 했다. 2시간 정도의 교육을 마치고 인천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풀코스 대비 카보로딩 중에 이태리 음식은 매우 반가웠다). 연구소의 다른 한 박사님도 합류하셔서 같이 점심을 함께 했다. 알고 보니 이번에 장보고에서 아델리 펭귄, 황제펭귄, 웨델 물범 연구를 하신다고 한다. 이 박사님은 현장연구를 마치고 한 달 전 귀국하셨고 (날씨 때문에 엄청난 지연을 겪으셨다…) 나머지 한 분은 3월 중순에 귀국하실 예정이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박사님들로부터 생생한 남극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생물대원들은 남극이 완전 처음이라 이야기만 들어도 마냥 신기해했다.
동문이엔티에서의 직무교육은 다음 날 오후 1시에 잡혔다. 극지연구소에서 교육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로 이동하니 저녁식사 때가 다 되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카보로딩 탄수화물) 그동안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한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교육은 수질검사 기기 관리/유지/보수 등에 대한 실전 수업이었다. 대부분의 생명과학 전공자들은 수질검사 기기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니 기기에 대한 기본 지식과 보정법 등을 알려주고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기기의 비전문가들이 남극에서 기기를 다루다 문제가 생기면 매뉴얼에 나온 범위에서만 조치가 가능하니, 그만큼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은 2~3시간 정도 소요가 됐다. 아쉽게도 두 교육 중 사진촬영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난 교육을 마치고 바로 서울 남부터미널로 출발했다. 철원행 버스표를 여유롭게 예매해 놨기 때문에 (철원행 버스도 별로 없었다) 시간이 좀 남았다. 터미널 안의 카페에서 책을 좀 읽다가 오후 8시쯤 버스에 탑승했다. 신철원 터미널에는 밤 10시가 다 돼서야 도착했는데, 숙소로 가는 버스가 다 끊겨 있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자세한 풀코스 마라톤 (준비) 후기는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 활동했던 네이버 블로그에 자세히 작성해 놨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alver90/224017736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