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月26日. 차갑지만 포근한 추억을 베어물다

아이스크림에 담긴 녹지 않는 시간

by 서월

어린 시절 마트에 가면 꼭 들르던 코너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코너였다. 특히 나는 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했다. 원하던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아 떼를 쓰며 바닥에 앉아 뻗대던 나를 아빠는 그대로 두고 유유히 사라졌고, 제풀에 지쳐 더듬더듬 집으로 돌아와 보니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어이가 없어하던 그 기억을 아직도 꽁하니 간직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던 추억의 아이스크림은 파시통통이다. 비비빅도 좋아했지만 좀 딱딱한 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말랑한 파시통통을 더 좋아했다. 단종되었을 때 슬퍼했었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재출시된 걸 뒤늦게 알았다. 어릴 때부터 달다구리한 팥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우유맛인 서주아이스크림, 쫍쫍 빨아먹다 보면 진한 액기스 부분이 기다리고 있는 포도맛 아이스크림도 좋아했다. 쫀득한 찰떡 아이스도 입에 달고 살았다.




고등학교 때 야자가 끝나면 열 시였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열한 시가 되어갔다. 지친 나에겐 시원하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필요했다. 문이 열린 동네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집으로 달려갔다. 여태 게임하느라 잠도 안 잔 동생이 나를 반기는지 아이스크림을 반기는지 신나서 달려온다. 그렇게 함께 쫍쫍대며 먹던 아이스크림의 기억은 추억 깃들어 더 달콤하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난생처음 내 돈으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봤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가 지금까지도 제일 즐겨 먹는 베라 아이스크림 메뉴이다. 콕콕 박혀있는 치즈맛 큐브가 매력적이다. 이렇게 비싼 아이스크림을 내 돈으로 척척 살 수 있다니 드디어 어른이 된 듯한 기분으로 뿌듯해했었다.


달콤한 차가움 속에는 소중한 기억들이 콕콕 박혀서 차가운 중에도 왠지 포근한 맛이 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착각은 행복하다. 시린 공기 속 시린 이로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고 호오하고 입김을 불어 본다. 이런 작은 순간이 행복으로 다가옴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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