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의 소멸: 최고의 행복
분류: 사상 / 프롤로그 및 요약 (1)
우리는 선조로부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성질’을 물려받았습니다.
이는 생존에 유리했기에 자연선택을 통해 유지된 특성이죠.
이 성질 덕분에 인간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인생을 고통의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본능’,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성질’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그저 ‘만족을 모르는 성질’일 뿐이니까요.
사람은 왜 쉽게 만족하지 못할까요?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는 행복하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허들(행복의 역치)’ 개념과 ‘자극’의 개념을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허들이란 무엇인가?
허들은 ‘행복을 느끼기 위한 최소한의 자극 기준’입니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려면, 이 허들을 넘는 자극이 필
요하죠.
자극이란 무엇인가?
‘나’의 외부 혹은 내부에서 비롯되는 모든 변화나 경험등을 의미합니다.
행복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허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자극이 반복되거나 유지되면 그에 익숙해지면서 허들이 높아지거나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굶어본 적 없는 선진국의 중상층 현대인 A씨는 배불리 먹는 것에 적응하여 행복의 허들이 높아져 있습니다.
매일 배불리 먹는 것으로는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죠. (허들을 넘는 자극이 아니니까요.)
반대로, 아프리카의 기아 아이들이나 고대인들은 굶는 것에 적응하여 행복의 허들이 낮아져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매일 배불리 먹는 것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극이 허들을 넘기 때문)
하지만 그들(기아 어린이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매일 배불리 먹는 것이 지속되고 반복되면 뇌가 그것에 적응하여 행복의 허들이 상승합니다.
즉, A와 마찬가지로 배불리 먹는 것으로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죠.
반대로, A를 억지로 계속 굶긴다면 처음에는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뇌는 굶는 것에 적응하여 허들이 낮아집니다. 결국, 매일 배불리 먹는 것에 행복을 느끼게 되고, ‘처음 굶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굶는 것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게 되죠.
이처럼 인간은 끊임없이 적응하며, 행복의 허들은 자극의 크기와 반복에 따라 변동합니다.
자극에는 한계가 있지만, 허들은 끝없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자극을 주어도 결국 허들이 따라 올라가면서, 예전만큼의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우리는 끝없는 갈증 속에서 살아가게 되죠.
우리는 자극에 금방 익숙해지고, 더 강한 자극을 갈구합니다. 결국, 만족은 잠시뿐이고 끝없는 욕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1. 의도적 결핍. 의도적으로 결핍 상태(허들보다 자극이 낮은 상태)를 만들어서 허들을 다시 낮추는 전략.
단식을 하면 평범한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결핍을 유지함으로써 작은 자극에도 만족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는 것입니다.
2. 허들 고정: 수술이나 약물을 이용해 허들이 상승하지 않도록 고정하는 방법
3. 허들 자체의 소멸: 허들이 존재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세 번째 방법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핵심입니다.
인간이 자극에 의존하는 한, 행복은 항상 도망차죠. 하지만 허들 자체를 없앤다면,
더 이상 자극을 쫓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앞서 제시한 세 가지 해결책 중 첫 번째와 두 번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도적 결핍: 허들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필연적으로 결핍의 고통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배고픔을 참는 것과 같지만, 지속적으로 결핍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떨어지죠.
허들 고정: 수술이나 약물로 허들을 조정하는 방법이지만, 이는 실패할 위험이 있고 윤리적 문제도 따릅니다. ‘멋진 신세계’처럼 인위적인 행복을 강요하는 세계와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세 번째 방법, 허들의 소멸은 다릅니다. 이는 어떠한 리스크 없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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