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 / 철학×
[무한 원숭이 정리]에 대해 아시나요?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충분한 시행이 동반되면 일어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확률 0%는 무한번 시도해도 결코 발생하지 않지만, 확률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숫자라도 무한을 곱하면 무한이니까요. 하지만 0%는 다릅니다. 0에 무한을 곱해도 0이듯이,
무한히 시도해도 결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요?
바로 '생명이 우연히 탄생했을 확률'이 전자가 아닌 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생명이 자연히 탄생할 확률이 0%라면,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해 생명을 창조한 것이라 볼 수 있겠지만,
후자라면 그저 가능 하기에 일어난, 어떤 의도나 의미가 내포되지 않은 우연적인 사건일 뿐입니다.
정확한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알렉산드로 오파린의 생화학 이론과 스탠리 밀러의 유리-밀러 실험을 통해 생명이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죠.
“유리-밀러 실험은 원시 지구에서 유기물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는지 밝혀내는 재현 실험이다.
이 실험에 따르면, 번개가 화학적 합성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었고, 원시 지구에 존재했던 무기물들이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을 생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결국,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지적 생명체가 탄생할 때까지 멸망하지 않고 유지될 확률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0%는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우주에는 최소 1.7×10^11개의 은하가 존재하고, 각 은하에는 최소 10^11개의 행성이 존재합니다.
물론 생명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골디락스 존'의 존재만 생각한다면, 그보다는 훨씬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숫자임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생명의 우연한 탄생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이러한 생각에 대해 반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의 인간이 되었는가? 왜 하필 우리가 태어났는가? 우린 특별한 존재다."
그러나 우리의 존재는 우연의 산물일 뿐입니다. 인간의 모습이나 현재의 상태는 모두 우연일 뿐입니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존재가 있을 수도 있었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의 개입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주장에는 초자연적인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에, 검증 가능성이 낮습니다. 반면, 생명의 자연 발생은 화학적 진화와 자연선택 같은 과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가능성을 가진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확률을 바탕으로 더 타당한 믿음을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뜨거운 물에 들어갔을 때 "시원하다"고 하면, 그 사람의 감각이 이상해서 차갑게 느껴져서 시원하다고 한건지, 아님 따뜻해서 좋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전자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서 배제 한것이 아니고,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확률에 기반한 사고는 일상적인 판단 뿐 아니라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사고에도 영향을 끼치죠.
신이 우리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절대로 없어서 배제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후자가 더 논리적이고 실용적이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신이 우주와 모든 법칙을 만들었고, 그 다음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칸트가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형이상학적 명제에 대해서는 참이라고 해도 맞고 거짓이라고 해도 맞다”고
주장했듯이, 그건 알 수 없는 이야기 입니다. 우주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우리의 이성을 넘어서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주장은 흥미롭지만, 참이라고 해도 맞고, 거짓이라고 해도 맞기 때문에 논외입니다.
사후세계도 마찬가죠.
반면 우주의 탄생 이후는 미약하게나마 예상할 수 있기에 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