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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도 화상과 입천장 데임

분류: 일기

by 동욱

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있다.

(흔히 말하는 ptsd)


우울증은 직관적으로 '우울한 병이구나'를 알 수 있다.

불안장애도 마찬가지다.

근데 ptsd는 그게 아니라서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증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과각성, 회피 반응, 불안 및 과도한 경계 상태, 재경험 증상(트라우마 사건 반복 떠올리기, 악몽 등).'이다.


건강한 사람도 일상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라 그런걸까?

"벌거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근데 이건

3도 화상을 입은 사람한테 '나도 입 천장 데여봐서 아는데~' 라고 하는거랑 똑같다.

종류는 비슷하지만, 그 정도가 다르다.


후천적으로 걸리는 병이라서, 나도 정신이 건강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고통도 조금이지만 기억난다.

근데 지금 느끼는 고통과는 비교도 안된다.


약물치료도 별 효과가 없다. 몇년째 정신과 약을 복용 하는데도,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신경안정제가 효과를 보여서 늘 호주머니에 약을 넣고 다닌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 사소한 일에도 화들짝 놀라고

누군가가 한숨쉬는 것으로도 미칠듯한 긴장감이 생기며 도저히 진정되질 않는다.


근데 그걸 그냥 정신력 문제로 몰아가는게 너무 짜증난다.


이 글로 ptsd의 인식이 바뀌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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