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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

소설 원작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

by 동욱

생각 없이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쿄애니 레전드 작화’라는 글이 추천 목록에 떴다.

링크를 타고 유튜브로 들어가 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퀄리티가 좋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재미는 없어 보였고, 결국 보지 않았다.


어느 날, 정말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어서 커뮤니티에 애니메이션 추천을 부탁했다.

어느 유저가 ‘바이올렛 에버가든’을 추천해 줬다. 검색해 보니, 예전에 감탄했던 그 작화의 애니메이션이었다.

1화를 봤는데,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림체와 주인공이 예쁜 것 외에는 흥미를 끌만한 스토리가 없었다.

지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이런 거 말고 다른 거 추천해 주세요”라고 댓글을 남겼는데, “초반부만 견뎌 보라”는 답변이 달렸다. 그래서 억지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감정이 없는 소녀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편지를 통해 사람들과 이어지며 감정을 배워간다. 겉으로 보면 단조롭고 심심한 내용 같지만, 감정을 되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과 각 에피소드에서 전해지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왔다.

대사, 음악, 작화, 성우 연기, 그리고 이야기. 모든 요소가 나를 깊숙이 끌어당겼다.


마지막 화를 본 뒤,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식욕도 잃었고, 뭔가 큰걸 잃은 듯한 공허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결국, 시간을 이길 감정은 없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서서히 기억에서 멀어졌다.


그러던 중, 극장판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전국 모든 극장에서 상영하는 건 아니라 집 근처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무단으로 학교를 결석하고, 왕복 세네 시간 거리의 극장까지 영화를 보러 갔다. 극장판은 본편의 감동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도, 오래 쌓아 온 감정을 하나씩 정리하듯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오늘, 바이올렛 에버가든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이 작품을 보게 하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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