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는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생각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뭔가를 넣어야 나오는게 있다는 이치는, 머리에도 적용된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라 밝은 곳에서는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방 불을 끄고 스탠드 불빛만 남겨두고 책을 읽는다.
23살의 나이에 할 말은 아니지만, 글자가 잘 보이지 않고 초점이 자꾸 풀린다.
비문증이 매우 심해 거슬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공자를 떠올린다.
공자의 공부 환경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극한’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종이책이 없었기에, 글 한 줄을 읽으려면 대나무 한 장을 펼쳐야 했고.
중요한 생각을 정리하려 해도, 번거롭고 번짐도 많은 붓과 먹을 써야 했다. (공자가 술이부작(述而不作) 했다고는 하지만, 글을 전혀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밝은 불빛은커녕, 연기가 많이 나고 어둡고 눈에 굉장히 안 좋은 기름 등불을 사용했다.
의자라는 개념도 거의 없었기에 바닥에 앉아 공부를 했다.
긴 시간 동안 그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단순히 다리가 저리는 수준이 아니라,
허리 디스크 같은 문제를 초래할 정도로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안경이란 개념도 없었기에, 나이가 들며 시력이 떨어져도 그저 참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공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라는 말과, 위편삼절(爲便三絶)이라는 사자성어를 남길 정도로 공부를 사랑했다. 그의 공부에 대한 태도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