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더 딥 Buy the Deep

인생의 투자 포인트 (돈 얘기 아님)

by 조엘

주식 관련하여 쓰는 말 중에 '바이 더 딥(Buy the Deep)'이라는 말이 있다.


거시 경제가 좋지 않을 때에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초가 탄탄하고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도 가격이 하락하는 걸 막기 어렵다. 주가가 뚝뚝 떨어져서 이렇게 망하는 건가 싶다. 하지만 우량주식인 경우,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주가가 오를 테니, 그렇게 주가가 하락했을 때가 바로 매수의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게 바로 '바이 더 딥'이다. 실제로 어떤 주식은 하락 후 회복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주식은 어느새 다시 상승을 해서 나중에 보면 움푹 파인 U자형 그래프를 그릴 때가 있다.


이러한 상승 하락 추세는 우리 일상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 잘해줘도 볼멘소리 |


길게는 인생의 흐름 안에서, 작게는 하루 안에서도 상승과 하락을 보게 된다.


며칠 전에는 중3인 막내가 학교 수행평가를 해야 한다며 주 4일제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며 모처럼 말을 건다. 찬성할지 반대할지를 정해서 1천 자 이내의 글을 써야 하는데, 리서치하기 전에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거다.


요즘 말도 잘 안 하고 뭔 말을 해도 짜증스러운 말투가 대부분이었던 터라, 뭐든 같이 얘기할 거리를 들고 먼저 다가와준 게 기뻤다. 잘됐다 싶어서, 90년대에 주 5.5일제에서 격주 토요일 휴무를 거쳐 주 5일제가 정착되는 시기에 내가 겪었던 경험들, 주 4.5일제 또는 주 4일제가 요즘 거론되는 이유, 실제로 시도해 보고 있는 기업들에서의 반응, 이를 통해 이익이나 불편을 얻게 되는 이해관계자들 등 내가 아는 선에서 열심히 썰을 풀었다.


웬일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가 잘 되나 싶었는데, 제 방으로 들어가면서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마지막 한 마디를 던진다.


"그래서 찬성한다는 거야, 반대한다는 거야?"


'아니, 이 녀석아, 그건 네가 생각해 보고 정해야지, 내가 답까지 정해주리?' 하고 꽥 소리를 지르려다가, 심호흡을 했다. 아직 청소년기이니까. 내가 참아야지. 말 걸어준 게 어디야? 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나도 겪어보지 않았는가. 내가 청소년기 때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불균형한 '내 호르몬'이, 덜 자란 '내 뇌'가 얼마나 요란을 떨고 시끄럽게 했는지 내가 더 잘 알지 않는가. 내 아이들도 피할 수 없는 이 시기를 지금 보내고 있을 뿐. 그리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도, 더 독해질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내 어린 시절의 내가 상당히 불량했던 기억들을 마구 떠올리며, 그것들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의 잡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심각한 게 아니라고 세뇌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원래 깨워달라는 6시 4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깨웠다. 처음에는 '막둥이, 일어났니?' 하니 '일어났어.'하고 답이 들렸다. 7시에는 불안한 마음에 '7시인데, 일어났지?'하고 물었는데, 한숨 소리부터 난다. 터벅터벅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 인상이 찌푸려져 있다.


깨워줬는데 고마워는 못할 망정 짜증을 내는 건가? 워낙에 다혈질인 데다 갱년기인 나도 사실 시비 터는 것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뭐라고? 7시 넘어서도 안 일어나면 때려서라도 깨워달라고 한 게 너잖아!'하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잠깐 아이의 행적을 따라 허공을 째려보고는 크게 숨을 쉬었다. (절대 한숨이 아니다!) '아침에는 누구나 예민하니까. 예민할 수 있어. 나도 아침에는 더 예민하잖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좀 있다 보니 오늘 무슨 시험이 있는지, 발표가 있는지, 머리를 말리면서 뭔가를 중얼중얼한다. 그렇구나, 학교 과제인지 시험준비인지 신경 쓰느라 그랬구나. 해야 할 일을 챙기고 집중하느라 그랬나 보네, 싶었다.


| 인생의 '바이 더 딥' |


경기가 회복한다고 하여 아무 주식이나 U자 상승을 다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수익성도 좋고 성장가능성도 높은 우량주라야 부정적인 외부 요인이 사라졌을 때 빠르게 상승세로 전환한다.


내가 아이들에게서 보고 싶은 투자 결과물은 관심과 사랑일 것이다. 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일 것이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일 것이다. 사실 나도 이런 것들을 제 때에 완벽히 갖추지 못했었고 아직도 부족한 게 많으므로, 아이들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렸을 때에는 순수하게 마음을 주고받고 웃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말 한마디 붙이기 조시스러운 예민충들이 되었다는 게 제일 서운하다. 청소년기인 아이들은 시야가 밖으로 향하며 크느라 부모에게는 관심도 사랑도 별로 주지 않는 상태라는 것. 내가 신경 써 주고 시간 써 주고 해도, 저희들 일정이 바쁘고, 생각과 취향이 나와 다르고, 가족보다는 친구들에게 신경을 더 쓰게 되는 시기이니 엄마와의 시간이나 엄마의 감정을 꼼꼼히 챙기게 되지 않는다는 것. 어쩔 수 없다는 것. 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그러나 마음은 조금 허전하다.


사실 얼마 전 어버이날 아침에도 막내와 투닥투닥하였다. 그리고 사실 어버이날인 것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와는 그전 일요일에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식사를 하고 선물을 드렸던 터라, 당일에는 오히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늦은 오후에 장을 보고 와보니 식탁에 작고 예쁜 카네이션 바구니가 놓여있는 거다. 마침 세 아이가 다 있길래 누가 사 온 거냐고 물으니 막내가 사 왔단다! 뭐지? 아침에 그러고 나가서 계속 삐져있을 줄 알았는데...


막내는 방에서 나오더니 반쯤은 아직 뾰로통한 표정으로, 반쯤은 시크한 표정으로 휙~하고 내게 영수증을 내민다. ㅇㅇ화원 1만 5천 원.

"지하상가에서 샀어."

아침에 한 푸닥거리하고 나간 터라 '어버이날이라 샀어,' 또는 '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이지? 고마워,' 등의 멘트를 하기에는 저도 어색하고 싫은 거다. 이미 카네이션은 내 손안에 들려 있으니, 그 돈 달라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제가 엄마 생각 제일 많이 한다는 투로 무심한 듯 자랑스러운 듯 괜히 영수증을 내미는 거다.


이게 아이다.


영수증을 건네는 게 어이없기도 하고 아침의 앙금이 남았을 수도 있는데 엄마 챙긴다고 꽃을 사 온 게 기특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선물이나 편지를 써 주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내 기대와 조금 다르다고 해도 아이들도 나름 하고 있는 거다. 지금은 성장하여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그 와중에 아이들은 나름 부모 형제 챙기고 친구들을 챙긴다. 내가 잘해줘도 알기는 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숙제 도와달라고 먼저 다가오기도 하고, 어버이날 카네이션처럼 가끔 생각지도 않은 때에 선물도 주지 않는가.


이런 과정이 비단 막내 아이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아이, 둘째 아이 또한 나름의 힘듦이 있고 나와의 관계에서도 상승 곡선만 그리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셋 모두 즐거운 시간도 있고,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모두 울퉁불퉁하긴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잠깐 하향 곡선을 그리는 아이가 있더라도,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이 깨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지고 가끔은 그들의 '호르몬'에 의한 예민한 반응에 지치더라도, 지나고 보면 지금이 바로 '바이 더 딥' 시기였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는 희망이 있다.


| 우량주로 만들기 |


단, 아이들은 아직 우량주가 아니다. 그러나 성장가능성이 있는 유망주이고, 지금 얼마나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느냐에 따라 충분히 우량주가 될 수 있다. 그러니 그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이상, 중도에 손절이란 없다.


대신 투자만 하고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관여하고 관리하는, 고관여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 때론 넘치도록 부어주고, 때론 받아주고 참아주고, 때론 맞받아치고 버티면서 그 시기를 온전히 견뎌내서, 마침내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면 나는 외치리라.


"나는 최고의 투자자다. 그 긴 시간을 버텨냈다! 역시 투자는 장기 투자가 최고야!"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말을 걸어오면(!) 반가워하고, 최대한 그들의 언어와 눈높이를 맞춰보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이 투덜거리거나 버릇없이 굴면 무슨 일이 있었나 짐작해 보려고 한다. 나의 부모도 나에게 그리 했을 터인 생각과 행동들을 나도 짐작하며 따라가 본다.


끝없이 관심과 사랑을 부어주리라 결심하면서 오늘도 마음에 참을 인(忍)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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