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전국 1등이 되고 싶은 아이

내가 공부했던 이유 -복수

by 은아

그 시절, 나는 책상 앞에

한 장의 종이를 붙여두었다.

“학력고사 전국 1등.”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였다.

당시 학력고사를 보고 전국 1등을 하면

'전국 수석 x x x !!' 하고 신문에 나고

방송에도 나오고

유명세를 타게 되던 시절이었다.


난 전국 1등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책상위, 일기장, 여기저기에 그 말을 써놓고

보고 또 보았다.

볼 때마다 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전국 1등이 될 거야.

신문에 나야 돼.

그래야 그 사람들이 볼 테니까.”


그 사람들.

우리 가족을 무너뜨렸던 사람들.

엄마를 울게 했고, 우리 남매들에게 아빠를 빼앗아간 그 원수들.

어린 내 가슴에

세상이 얼마나 불공정한지를 새겨놓았던 어른들.

나는 그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빠 묘지앞에서 싸우던 어른들,

당신들이 틀렸다는 걸.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고,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 최고가 되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내 공부의 뿌리는

사랑이 아니었다.

분노였고, 복수였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책상 앞에 적힌

그 쪽지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다른 애들이 음악을 듣고 친구들과 놀면서

꿈을 이야기할 때

나는 신문 1면에 나가는 상상을 했다.


“전국 수석, 김은아!"

신문 가판대 앞에 서서

그들이 나를, 우리 가족을 기억해내길 바랐다.

그 짜릿한 상상은 나를 책상으로 이끌었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는 아빠의 친척들과 단절했다.

아빠 산소에 다녀온 그날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단 한 명도,

우리 가족은 그들과 다시 얼굴을 맞댄 적이 없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자존심이었다.

그 시절, 나는 그렇게

종이 한 장 앞에서,

세상을 향해 조용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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