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우앗, 전자가 텔레포트를 한다고?

보어의 원자 모형과 양자물리학

by 강윤식

지난 시간에는 근대 물리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러면서 어쩌면 그 당연한 것들이 무너질 수 있는 것 처럼 마치 복선을 깔아 둔 듯한 이야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그 1탄! 바로 연속성과 인과론 입니다. 연속성이 왜 상식인지 생각해볼까요? 공이 날라옵니다. 당연히 주욱 날라오겠죠? 그런데 만약 그 공이 갑자기 뿅~ 하고 10미터 앞에 있다가 내 앞에서 나타난다면? 앗! 투수가 이걸 한다면 마구 아닙니까! 타자가 치려고 했는데, 뿅~ 하더니 포수한테 간다? 이건 텔레포트 잖아요. 마법도 아니고... 연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그래서 사실 되게 상식적이기도 한 것이죠.


그래서 다~ 그런줄 알았던거죠. 엄청 커도, 엄청 작아도... 그런데 이번의 문제는 엄청 작은 것에서 나타났습니다. 원자는 들어보셨죠? 수소 원자, 산소 원자 같은 것 말이에요, 화학에서 반응을 일으키는 제일 작은 단위. 엄청 작습니다. 크기가 0.00000001m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걸 또 자세히 보니 가운데에는 핵이라는게 있고 밖에는 전자가 있는거에요. 전자 기억나시나요? 전기가 흐를 때 움직인다는 그것! 핵은 +, 전자는 - 전기를 가지고 있어서 서로 당깁니다. 그러면 태양과 지구가 당겨서 돌듯이, 전자도 돌겠지요?


여러분이 줄에 공을 매달고 돌리는 것이나 다를게 없겠죠. 돌리면서 줄의 길이를 줄이면? 나선 모양을 그리면서 돌겠죠? 줄이 짧아지면서 빨리 돌기도 하겠네요. 전자도 이럴 줄 알았는데요...


우앗! 실험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전자가 나선으로 연속적으로 반지름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갑자기 뿅! 하고 안쪽으로 텔레포트를 한다는 거에요. 마치 3미터로 돌다가, 2미터로 뿅~ 다시 1미터로 뿅~ 하며 텔레포트 하듯이 왔다 갔다 한다는거죠! 우째 이런 일이?


실험에서는 전자기파를 통해 측정했습니다. (너무 작아서 안보이니까요.) 전자가 돌고 있으니 안테나와 상황이 같죠? 전기장이 흔들리니 자기장→전기장→자기장... 이렇게 전파가 생깁니다. 그런데 반경이 크면 천천히 떨고, 반경이 작으면 빨리 떠니까 전자기파의 주파수가 달라지겠죠? 연속적인 나선의 반경 같다면, 당연히 모든 주파수가 있어야 합니다. 근데 띠엄띠엄 나타난거에요! 텔레포트 한 것 처럼 말이죠.


연속성이라는 가정이 무너지는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을 러더퍼드가 실험하였고, 보어가 위의 내용으로 설명하였습니다. 20세기 초에 나타난 엄청난 충격. 마구 같잖아요, 갑자기 뿅~ 하고 순간이동이라니. 이러면 예측도 의미가 없겠죠? 직전의 속도를 알면 시간을 곱해서 다음 위치를 알았는데, 뿅 하고 순간이동을 하면 속도도 모르겠고, 언제 가는지도 예측도 안되고 ... 당연히 인과론도 문제가 됩니다. F=ma 를 야기하기 전에 속도부터 문제잖아요, 뿅~ 하고 움직이면. 가속도는 정의 자체가 안되는 것이죠.


실험으로 나타난 것이니 뭐라고 하지고 못하고, 맨붕에 빠져버립니다. 19세기까지의 완벽한 세계가 이렇게 부정되다니! 다들 믿기 싫어했겠죠. 그래서 20세기 내내 싸움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근대 물리의 정신을 지키려는 무리와 새로운 물리를 열어가려는 무리들의 싸움이.


이 새로운 물리를 양자물리학이라고 합니다. '양자'가 띠엄띠엄 이라는 뜻이에요. 즉 텔레포트 물리학 같은 것이죠. 근대 물리의 가정을 부정하는.


근대 물리를 믿으려는 쪽에서는 전자는 파동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악기에 정상파가 생기듯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편에서 이중슬릿 간섭 실험을 통해 오히려 파동이었다가 입자였다가 마음대로 한다는 것을 밝힙니다. 앞 쪽 사람들은 미치고 팔딱 뜁니다. 심지어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까지 말합니다. 세상에 이러면 관성의 법칙부터 무너지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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