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웃은 있는가?
이웃의 매력은 본질적으로 대화이다.
서로의 생각과 마주 앉아 마음에 드는 이야기에 머물고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골라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웃이다.
내가 무엇이 되는 것은 이웃들 틈에 끼어있기 때문이고 나의 존재 감각은 다른 모든 존재를 만나는 순간 열린다.
나는 이웃들 속에서 움직이고 이웃으로 인해 상처를 감내하고 고통을 견딜 만큼 단단해진다.
인간의 삶은 만남이다.
이웃은 나를 성숙게 한다.
이웃 없는 삶은 가능한가?
내게 이웃은 있는가?
이웃은 내 삶 어딘가에 가까이 닿아있는 이들이다.
땅이 흔들리고 거친 비바람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칠 때 혼자 서 있지 않아도 되는 건 이웃 덕이다.
이웃은 어지러운 혼돈의 시기에 흔들리는 희망의 불빛을 지키는 동반이다.
이웃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가 속해 있는 장소나 상황이고 부딪히는 대상이다.
이웃은 우리에게 물리적 심리적 도전을 제기하는 존재다.
어려움 속으로 걸음을 내딛고 용감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이웃이 있어서다.
이웃은 삶의 사소한 행위들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웃은 세상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 눈을 뜨게 해 주는 존재이다.
이웃은 도시생활에서 나타나는 비꼬인 충동들을 진정시키는 고귀한 존재이다.
지연되는 열차를 동동거리며 강박적으로 시계를 확인하지 않는 것도 이웃이 있어서다.
이웃은 인생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리저리 힘이 되는 보이지 않는 위로다.
이웃은 시끄러운 세상 한가운데서 마음이 허해지고 수심에 잠길 때 편히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이웃은 불안, 질투, 경쟁, 두려움… 도시가 만들어내는 파괴적 감정을 감싸주는 손길이다.
이웃은 삶에서 요구되는 바람직하고 선한 것을 베푸는 이들이다.
이웃은 우리에게 세상을 듣고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웃은 내가 존재함을 일깨워준다.
이웃은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하여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웃과 함께 있으면 눈엔 꽃이 피고 귀는 열리고 마음은 너그러워진다.
이웃은 지구라는 독특한 행성에서 나와 함께 자고 숨 쉬며 살아가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웃은 서로에게 언제나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선한 존재이다.
이웃은 서로에 대한 관습적인 무관심에서 벗어나 서로가 지닌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 준다.
이웃은 높이 있을 때에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해 주고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손을 내민다.
우리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웃을 향한 문이 닫혀서다.
내가 저기가 아닌 여기에 있고 저것이 아닌 이것을 하고 저곳이 아닌 이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이웃으로 인함이다.
이웃 없는 삶은 불가하다.
이웃은 바람이고 빛이며 땅이고 물인 까닭이다.
삶이 힘겨운 건
이웃을 향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홀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