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쳐다 만 보고 있다.
죽기 전에…,
듣고, 보고, 해야 할 이러저러한 모양의 꿈들을 잔뜩 늘어놨다.
훗날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다.
꿈은 자기가 자기에게 부여한 자기 과제다.
과제는 삶을 가꾸기 위해 빼고 더하고 나누기 위한 기술이며 수단이고.
그러나 꿈이 너무 터무니없어설까?
수개월째 꿈속이다.
죄책감은 고사하고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한다.
과제의 방치는 자기부정이고 삶의 포기다.
좋은 삶,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과제, 쳐다 만 보고 있다.
과제는 나태함에 대항하기 위한 자기 전략이다.
해서 틈만 나면 과제를 제시한다.
해가 넘어가고 달이 바뀌면 그리고 새로운 날이 되고 시간의 숫자가 달라지면 새로움을 구실 삼아 마음을 다독인다.
잃어라, 써라, 땀 흘려라. 봐라, 들어라, 만나라….
방구석에 처박힌 채 삶을 방치할까 행여 삶이 망가질까 두려워서다.
해서 제시한
과제들
서점을 방문해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서점에 들러라. 서점은 생의 오염 예방소이고 오염된 삶의 치유소이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의 공간이고 마음을 정화하는 성지이다. 자주 들락일수록 삶은 빛날 거다.
읽어라.
책은 에너지원이다. 읽는 일은 에너지를 발굴하는 일이다. 에너지 없는 삶은 활기도, 열정도 힘도 없다. 희망도 가능성도 변화도 발전도 꿈꿀 수 없다. 결국 멎는다. 읽어 삶의 폭을 넓혀라. 읽음은 삶을 빛내는 일이다.
써라.
단 1페이지라도 써라. 쓰는 일은 그곳을 그것을 그때를 그 생각을 그 풍경을 그 사람을 그 일을…, 그 모습 그대로를 귀히 여기는 일이고 자기 삶을 존중하는 일이다.
땀 흘려라.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뱃살, 사라지는 다릿살, 올라가는 혈압, 떨어지는 시력, 늘어나는 체중, 줄어드는 머리칼… 땀 흘리는 일,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다.
만나라.
사람은 기다. 힘이고 에너지다. 생명력이고 활동능력이다. 활기차고 건강할 수 있는 것은 기의 덕이다. 삶이 윤기를 잃고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것은 기의 결핍증상이다. 침체되고 생기를 잃는 것도 기가 부족해서다. 이목구비가 힘이 없고 사지가 후들거리고 어둡고 후미진 곳만 기웃거리는 것 역시 기 부족현상이다.
기를 보충해야 한다. 그래야 없던 기운이 솟고 말랐던 감정이 되살아나고 온몸에 생기가 돋는다. 괜한 닭다리만 뜯지 말고 만나라. 사람이 기의 원천이다.
놀아라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는 사람은, 내가 진정으로 듣고 싶은 것을 들을 수 없는 사람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볼 수 없는 사람은, 다채롭고 충격적인 언어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을 줄 모르는 사람은, 삶이 마음처럼 흐르지 않을 때 미소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은, 내가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이목구비를 바쁘게 만들어라.
어디든 가라. 그리고 이목구비에게 일거리를 줘라. 듣고 보고 말하도록. 먹고 떠들고 웃도록. 삶의 풍요는 이목구비의 움직임에서 온다. 이목구비가 바쁠수록 삶은 윤택해진다.
.......
그런데 한참을 걷다 보니 어딘가 허전하다.
뭔가 빠진 듯하다.
아무리 걸어도 돌아보면 제자리다.
과제의 유예, 과제의 무시가 부른 참사다.
과제, 늘어놓기만 했을 뿐이다.
과제에 대한 관심이 삶을 만든다.
과제이행 언제나 가능할는지.
천년만년 살 것처럼
과제는 오늘도 내일로 슬그머니 밀려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