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야 보이는 것

시간이 말을 걸다

by 지금

시간 속에 오래 머물다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말을 걸다


시간이 보인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시간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의 흐름에 무감했던 감각이 늘그막이 되어서야 깨어난다.


어느 날 눈앞에 시간이 나타났다.

시간은 가쁜 숨을 토한다.

색은 바랬고 모습은 궁색하다.

이제야 십수 년 동행한 시간의 아픔이 보인다.


시간의 소리가 들린다.

그때는 들리지 않던 시간의 소리가 들린다.

시간의 소리에 무감했던 감각이 저물녘이 되어서야 깨어난다.


시간은 말한다.

기다릴 줄 알았냐고

뒤로 미룸이 가능할 줄 알았냐고

사랑을 어찌 다음으로 미루어왔냐고


시간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내 모습이 시간 속에서 선명하다.

시간의 창조물에 무감했던 감각이 뒤늦게야 눈을 뜬다.


행색은 남루하다.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길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의 걸음을 쫓고

자기 삶이 아닌 타인이 삶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짠하게 비친다.


그간 몰랐다.

어느 길로 누구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시간이 쪼그라드니 시간 속에 묻혀 있던 삶의 정체가 슬그머니 드러난다.


시간은 말한다.

언제까지 네 곁에 머물 줄 아냐고.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으라고.

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시간을 붙들라고.


시간을 붙든다는 건 매 순간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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