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그를 포옹할 수는 없을까
어찌하여
미운 사람은 오래 기억될까
지겹도록 싫은 사람은 어이하여 떠나지 않는 걸까
불안하고 두려운 존재는 어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짜증이 끓는 이의 소식은 어찌 그리도 이어질까
생각하기만 해도 괴로워 견딜 수 없는 그는 어찌 마음깊이 박혀 있을까
그럼에도 그를 포옹할 수는 없을까
삶 속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충돌과 마찰을 피할 수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괜히 신경 긁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지는 존재가 있습니다.
제발 떠났으면 싶은 존재가 있습니다.
관계를 끝냈으면 싶은 존재가 있습니다.
머릿속을 헤집는 존재가 있습니다.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그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속박하고 옭아매는 존재가 있습니다.
언제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있습니다.
혐오를 부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고통으로 물들이는 존재가 있습니다.
행동을 제약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존재자체가 골칫거리인 존재가 있습니다.
감정을 부정적으로 물들이는 존재가 있습니다.
삶을 시들시들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현재를 고통으로 미래를 지옥으로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존재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눈감고 귀 닫고 입마저 존재의미를 잃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불만을 낳고 언제나 실망에 부딪히게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전진하는 걸음 앞에서 마치 실패자인 것처럼 좌절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마치 말세를 살아가는 기분으로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입만 열면 갈등을 유발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야비하고 무례하고 인정머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일상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려 노력해도 좋아할 수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산해진미 진수성찬도 맛대가리 없는 국 한 사발로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 나는 존재가 있습니다.
희망의 싹을 짓밟고 의지를 꺾는 존재가 있습니다.
너그럽고 상냥한 마음을 강퍅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작은 나뭇잎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행복재능을 저해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의미 없는 잿빛으로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언제나 편협한 판단으로 곤란에 빠뜨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언제나 불평을 달고 불만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가 있습니다.
언제나 헛소리를 진실인 양 떠벌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평화롭던 시간을 깨뜨리고 가슴 뛰는 경험을 짓뭉개는 존재가 있습니다.
단순한 일 복잡하게 꼬고 다 풀어놓은 실타래를 다시 흩트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툭하면 부리는 성질을 보람으로 여기는 존재가 있습니다.
하찮은 일을 위대한 일로 포장하여 떠벌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없는 일을 만들고 하지 않은 말을 꾸미고 덧칠해 모함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충분히 친구답지도 충분히 동료답지도 충분히 인간답지도 못한 존재가 있습니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면서도 먼저 손 내미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아무리 세월의 세례를 받아도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지 못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평생 붙어 다닐 슬픈 콤플렉스를 콕 집어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존재가 있습니다.
입시에 취업에 결혼에… 전부 망한 사람 이야기만 주야장천 늘어놓는 존재가 있습니다.
부당함에 대응해 내는 화에 화를 내지 않는 게 매너라며 분노의 건강한 기능을 말살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만남도 대화도 연애도 결혼도… 아주아주 지루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습니다.
* * *
아휴!~
한숨을 부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 * *
마주 보던 얼굴을 돌리고
맞잡은 손을 놓고
서로를 말하던 입을 다무는 건 그래서입니다.
미움이 싹틀수록 마음은 시들어가고
미움이 번질수록 마음은 쪼그라들고
미움이 쌓일수록 삶은 휘청입니다.
아무리
성모님 옷자락을 부여잡고 부처님 미소를 가슴에 담아도
미움의 마음은 빠르게 삶을 검붉은 화염 속으로 몰고 갑니다.
미움은 불치의 병일까?
하루를 버티는 것도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