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거두기
틀은 가능성을 제한하는 한계다.
성장을 가로막는 벽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구속이다.
틀은 존재를 단정 짓는 낙인이고 그 모양만을 강요하는 그릇이다.
넓은 세상의 풍경을 지우고 오직 정해진 길만을 걷게 하는 맹목의 차안대다.
틀 거두기
세모와 네모의 다채로운 모양이, 노랑과 빨강의 눈부신 빛깔이, 라일락과 아카시아의 싱그러운 향기가 차갑고 단단한 금형 속에서 압착된다. 어른들이 설계한 그 견고한 틀 속에서 아이들은 하나의 모양, 하나의 색깔, 하나의 향기로 박제된다.
틀은 ‘나’를 지우고 ‘너’를 지운다. 나와 너의 모양과 빛과 향이 삭제된 그 자리에는 ‘누구’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무엇’이라는 이름의 규격품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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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서는 순간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아이들의 삶 속에는 어른의 요구가 촘촘히 박혀있다. 시간과 공간은 물론 보고 듣고 읽고 쓰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어른의 요구가 결정한다.
어른의 요구는 아이를 정형화하는 거친 ‘틀’이다. 어른은 아이를 자르고 늘이고 누르며 자신의 틀에 맞는 사람으로 개조한다. 아이는 끊임없이 늘려지고 눌리고 잘린다. 아이가 교문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아프고 괴로운 것은 이 틀이 짓누르는 압박 때문이다.
본래 교육은 아이의 요구에 어른이 답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요구와 응답의 주체가 바뀌었다. 어른의 요구에 아이들이 응답한다. 쉼 없이 쏟아지는 어른의 요구에 아이들은 숨이 가쁘다. 요구의 주체가 바뀔 때 교육은 왜곡된다. 아이의 요구가 사라지면 교육 또한 그 의미를 잃는다.
좋은 교육은 화려한 지식이나 기술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삶을 온전히 세상에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것은 아이의 ‘참모습’을 지워버리는 그날 선 '틀'을 거두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틀 거두기’ 이것이 바로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