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군의 수학여행
가난은 주머니만의 일이 아니다.
친구도, 웃음도, 용기도, 희망도... 자리를 뜬다.
가난은 주변도 가난하다.
가난은 철저히 혼자만의 일이다.
홀로 맞이하고 홀로 울고... 가난의 고통과 슬픔은 혼자 지고 가야 할 그 만의 일이다.
"그래도 내일이 있잖니?"
가난 앞에서는 위로도 구차하다.
가난은 존재를 비천하게 만든다.
교육이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머물지 않는 가난으로 고독한 존재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최 군의 수학여행
그날도 봄비가 이어졌다. 3일째다. 주변이 온통 비투성이다. 바람까지 분다. 우산을 든 손마저 빗물투성이다. 활개 치는 바람에 우산도 무소용이다. 모인 선생들은 걱정을 나눈다. 배웅차 들른 어머니들의 표정도 비에 젖었다.
시간이 되자 애들로 금세 북적인다. 하하 호호 꾸밈없는 웃음소리가 광장을 채운다. 비쯤은 문제도 아니다. 둘러메고 끌고 양어깨, 양손의 무게에서 아이들의 설렘이 느껴진다. 걱정을 둘러맨 선생의 어깨와는 사뭇 다르다. 이 와중에, 벌써, 이른 아침, 이 시간에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입안 가득 무언가를 욱여넣고 원수를 대하듯 암팡지게 씹어대는 녀석도 있다.
그 어디에서도 아이들의 평소 모습은 찾을 수 없다. 뜬 듯 감은 듯 감추어졌던 눈이 또렷하다. 휘청이는 몸뚱이를 이끌고 초췌한 모습으로 교실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던 아이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른 시간이건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고 맑다. 교실 속 칙칙한 모습은 흔적도 없다.
수학여행 철은 지루한 가뭄 끝 단비의 계절이다. 시들 때로 시든 아이의 몸을 촉촉이 적셔주고, 막힐 때로 막힌 아이의 가슴에 숨통을 틔워주는 계절이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짧은 기간만이라도 점수를 묻어두고, 등급을 유예하고, 성적을 덮어두고, 눈치도 넣어두고 그저 자신의 의지 휘하에 이목구비를 두는 일이다.
그러나 수학여행이 모든 아이에게 내리는 단비는 아니다. 터질 듯 빵빵한 주변의 가방과는 달리 쭈글쭈글 텅 빈 작은 가방 하나 달랑 걸친 가난한 어깨도 있다. 여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휘황한 옷에 뻔쩍이는 신발까지 장착한 녀석과는 달리 교실 속과 다르지 않은 옷을 걸친 단벌족도 있다.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자동차 주유하듯 과자로 주머니를 채우고 입가엔 배부른 자의 여유를 묻히고 돌아다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휴게소가‘고통소’가 되는 녀석도 있다.
최 군이 그랬다. 친구들이 씹어대는 과자 소리에 마른침만 삼키던 녀석, 친구들의 손에 들린 먹거리를 피해 창밖만 바라보던 녀석, 단체 사진 찍을 때마다 친구들의 그림자에 묻혀있던 녀석, 온갖 크고 작은 기념품으로 가방을 채우는 친구들 틈에서 그동안 한 푼 안 쓰고 아끼고 아꼈던 고깃고깃한 돈으로 기다리는 동생을 위해 작은 인형 하나 겨우 계산하던 녀석, 그토록 쓸쓸하고 외로운 경험 다시는 없기를.
최 군이 얼마나 쓰디쓴 나날을 보냈어야 했을지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은 어엿해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