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생각이 정답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을 수 없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없다면
...
그저
선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고, 따라갈 뿐이라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없다면
학교에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선생의 생각이 정답이다
3월, 6월, 9월, 그리고 12월, 1년 내내.
학교에는 언제나 선생만 있다. 선생의 소리만 웅웅댄다. 선생의 말은‘학생을 위하여’라는 미명하에 아이의 욕구를 봉쇄한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막힌 입은 열 이유도, 열 필요도 없다. 자신의 소리가 아닌 ‘그 누구’의 소리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1일, 10일, 20일, 그리고 30일, 365일 줄곧.
교문을 들어서면 복도든, 교실이든, 어느 곳이든 선생만 있다. 선생의 욕망은 교육이라는 외투를 걸치고 학교를 휘감는다. 선생의 욕망은 가르침이라는 외피로 위장한 채 아이의 욕구를 유린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철 쭉.
학교에는 선생만 있다. 선생으로 물들어 있다. 수업 시간은 선생의 시간이다. 선생의 가치, 선생의 관점, 선생의 방식, 선생의 생각만 튕긴다. 선생의 말, 시선, 발걸음, 느낌, 요구가 아이의 말을 빼앗고 시선을 묶는다. 선생의 느낌과 생각을 주입하고, 발걸음을 따르게 하고, 선생의 요구를 강요한다.
아이를 제멋대로 꾸미고 조작한다. 거부하는 몸짓엔 불응할 수 없도록 즉각적이고, 혹독하고 모진 대가가 따른다.
학교에 머무는 동안, 아이의 생각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들의 요구를 접한 적도 없다. 당당한 발걸음도, 쫙 펼쳐진 가슴도, 밝은 표정도, 통쾌한 웃음도 두어 달 가뭄 속에서 생기 품은 이파리 찾기다.
아이의 손을 놓아라. 눈을 가리지 마라.
그것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고 아이의 자유와 권한을 철저히 제한하겠다는 심사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들을지, 무엇을 생각할지,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할지 그 모두를 선생이 결정하겠다는 억지다.
자신의 발로 걷고,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귀로 듣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자신의 코로 느끼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게 해라.
선생의 소리만 들리고, 선생의 생각만 작동하고, 선생의 의도가 지배하고, 선생의 뜻만 따르고…, 선생만 내세우면 아이는 사라진다.
아이가 사라진 학교, 선생으로 가득 찬 학교, 아이 없는 교육, 선생으로 채워진 교육, 아이를 노예로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