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
인간이 평등한 이유는
'존엄'이라는 권리를 동등하게 지녔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닌 '존엄'은 불가침 영역이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도 침노하거나 범하거나 해를 끼칠 수 없다.
그렇다면 교실에서는 어떨까.
아이들이 지닌 존엄의 양이 같을까.
별의별 이유로 존엄의 양을 가르지는 않을까.
그래서 존엄의 양이 아주 적은, 결코 존엄하지 않은, 함부도 대해도 좋은 아이가 만들어지지는 않을까.
가난한 아이
천, 성, 이…,
“호명한 학생은 하교 시 방학 중에 먹을 우유를 가져가도록…,”
어느 날 아침, 거칠고 탁한 소리가 스피커를 찢고 튀었다. 아이들의 눈은 일제히 ○○로 향했다. 허옇게 몰려드는 아이들의 눈빛에 ○○의 가슴은 갈가리 찢긴다. ○○의 눈은 갈 곳을 잃은 채 교실 바닥을 파고든다.
이웃에 대한 관심은 소중한 일이다. 어려운 처지라면 그 가치는 더하다.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이유다. 문제는 방식이다. 도움을 줄 때에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존엄을 최대한 지켜주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은 그 무엇과 견주거나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도움을 받는 대상이라고 존엄함마저 하찮고 빈곤한 것은 아니다.
오래전 이야기다.
그럼 짓밟히는 존엄, 어제만의 일일까.
인간의 존엄과 바꿀 대상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그때 그 아이, 그 상처는 아물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