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아이들
배움의 기회를 요구하는 아이들은 시험을 치를 때마다
조금씩 그 자격을 잃어간다.
어른은 순간의 성적을 영원한 인간의 자격으로 바꾼다.
성적은 한 인간을 이해하게도 하지만 한 인간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공통의 조건으로 한데 묶이고 그대로 휘둘리는 신세는 서글프다.
성적이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성적표 상의 성적과 그 사람이 지닌 능력 사이의 간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성적’으로 ‘저 능력’을 발휘할 기회마저 틀어막는 것은 대체 무슨 억하심정일까.
밀려난 아이들
입시 결과가 나오면,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붙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애들의 몸뚱이는 바닥에 눌어붙고 표정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채 이곳저곳에 처박힌다.
‘너는 오고 너는 말고’
‘너는 하고 너는 말고’
‘너는 보고 너는 말고’
‘너는 듣고 너는 말고’
‘너는 먹고 너는 말고’
아이는 늘 나뉘고 구별되고 분별된다.
아이의 삶에 차별은 일상이다.
국어가 어떻고 수학이 어떻고 또 영어는…,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가르고 나눈다.
모두에게 허용되는 것은 없다.
거부당한 아이들 표정 뒤에 스며 있는 성적 지상주의와 대학 본위의 교육관이 역겹다.
아이들은 어른이 설계한 세계에서 한낱 장식품이 되려고 존재하는가.
‘너는 여기, 너는 저기’마치 상품을 진열하듯 아이가 거처할 공간을 지정하고 아이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건 폭력이다. 아이의 꿈을 짓밟고 아이의 삶을 파괴하는 일이다.
아이는 요구한다.
인생을 자기 마음껏 살 권리를.
아이들은 국어와 수학 그리고 영어 성적 따위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성적이 삶의 권리를 짓누르는 현상을 거부한다.
아이의 생각을 손과 발을 묶지 마라.
대체 누가 무슨 권리로 아이들을 나누는가.
대체 누가 무슨 근거로 아이의 배우고픈 욕망을 저지하는가.
모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기른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차이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